조던 스피스(24ㆍ미국)가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2년 연속 쿼드러플 보기로 주저 앉았다.
스피스는 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전반 9홀에 이븐파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지난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저지른 12번홀(파3)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파로 홀아웃했다. 7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그린에 올린 스피스는 2번의 퍼팅으로 공을 홀 안으로 깔끔하게 집어넣었다. 그러나 문제의 15번홀(파5)에서 악몽이 재현됐다. 홀까지 98야드를 남기고 지(G)클럽으로 친 세 번째 샷이 그린에 도달하지 못하고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대회 전날 파3 콘테스트까지 취소시킨 악천후의 영향인 강한 바람 탓이었다. 스피스는 벌타를 받고 드롭을 한 뒤 다섯 번째 샷 날렸지만 이번엔 샷이 그린을 넘어섰다. 이어 칩샷도 너무 강해 공이 홀컵을 10m나 넘어갔다. 스피스는 세 번의 퍼팅 끝에 간신히 홀아웃하는 데 성공했지만 스코어카드에 적은 스코어는 쿼드러플 보기를 뜻하는 ‘9’였다. 결국 1라운드에서 스피스는 3오버파 75타에 그쳤다.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인 찰리 호프먼(41ㆍ미국)과는 무려 10타 차다. 아직 3라운드가 더 남았지만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 세 번 출전해 우승 한번과 준우승 두 차례를 기록한 스피스는 최악의 출발이다. 그는 “우승자의 최종기록은 한 자릿수 언더파가 될 것 같다"라며 "나도 아직 한 자릿수 언더파를 칠 기회가 있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한편 세계랭킹 52위 호프먼이 단독 선두로 나섰다. 호프먼은 보기 2개와 버디 9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쳐 2위 윌리엄 맥거트(38ㆍ미국)에게 4타 앞섰다. 호프먼은 전반 9홀을 2언더파로 마친 뒤 후반 9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는 맹타를 휘둘렀다. 호프먼은 지난해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을 딴 뒤 통산 4승을 올린 선수다.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2년 전 마스터스에서 기록한 공동 9위다.
반면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3ㆍ미국)은 허리 부상으로 결국 기권했다. 존슨은 전날 대회장 인근 숙소에서 차고에 둔 차를 빼기 위해 양말만 신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부상 부위를 치료하며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연습 도중 통증이 도져 중단했다. 존슨은 "평소 스윙의 80%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골프채를 휘두를 수 없는 상황이라 너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존슨은 최근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절정의 감각을 보였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2002년 타이거 우즈(42ㆍ미국) 이후 15년 만에 세계 1위가 마스터스까지 제패하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마스터스 최다 우승자(3회)인 필 미켈슨(47ㆍ미국)은 1언더파 71타로 공동 4위에 오르면서 노장의 관록을 과시했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잭 니클라우스의 최고령 우승기록(46세 2개월) 경신에 도전한다. 공동 4위 그룹엔 미켈슨 외에도 셸 휴스턴오픈 우승자 러셀 헨리(28ㆍ미국)와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37ㆍ잉글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37ㆍ스페인) 등이 포진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는 이븐파 72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다가 대회에 출전한 제이슨 데이(30ㆍ호주)는 2오버파 74타로 공동 27위를 기록했다.
김시우(22)는 공동 42위, 안병훈(26)은 4오버파 76타로 공동 54위에 랭크됐다. 6오버파 76타를 친 왕정훈(22)은 공동 75위로 처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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