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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박해, ‘제노사이드’ 논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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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박해, ‘제노사이드’ 논쟁이 시작됐다

입력
2017.04.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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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얀마 서부 로힝야족 집단 거주지역인 라카인주의 소도시 마웅도 인근에서 한 로힝야 여성이 2016년 10월 정부군과 충돌 중 자신의 남편이 연행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얀마 서부 로힝야족 집단 거주지역인 라카인주의 소도시 마웅도 인근에서 한 로힝야 여성이 2016년 10월 정부군과 충돌 중 자신의 남편이 연행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간 미얀마 정부군은 로힝야족의 주요 거주지이자 방글라데시와 국경 도시인 라카인주 마웅토에서 이른바 ‘청소작전’을 벌였다. 7만 7,000여명의 피난민과 수천명의 사망자를 낳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6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이를 ‘인종청소’라고 명명하길 철저히 거부했다. 집단 강간과 살상, 마을 방화 등 잔혹한 만행이 증언되고 있음에도 미얀마 정부의 심각성 인식은 한참 부족해 보인다. 미얀마군의 박해로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난 행렬을 떠난 역사는 어언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의 대(對)로힝야 범죄가 인종청소 혹은 반인도주의 범죄일 수 있다는 점에 국제사회는 대부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법상 가장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는 집단학살, 즉 ‘제노사이드’로 부를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과 유관 단체들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 그만큼 ‘반인도주의적 범죄’보다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용어인 ‘제노사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자 중요한 논쟁 지점이다.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인권단체 또는 학계에서는 점차 로힝야에 대한 박해 상황을 제노사이드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계 비영리단체 국제소수자권리그룹(MRG)은 2014년 4월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와 함께 미얀마 로힝야족이 대량 학살 위험지대에 놓여있다며 제노사이드 조기 경보를 울렸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워싱턴 홀로코스트추모박물관(USHMM)이 ‘제노사이드 조기 경보 프로젝트’에서 통계 기반 위험평가를 통해 미얀마를 국가 주도 대량 학살 위험군 1위에 올려놓았다. 미국의 ‘제노사이드 종식연합’(UEG)도 헤이트스피치, 로힝야 정체성 부정, 군사 작전 등 제노사이드의 여덟가지 징후를 들어 미얀마에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예일대 로스쿨 산하 국제인권클리닉(예일대 클리닉)의 2015년 보고서는 로힝야 박해 상황을 법률적으로 분석, 가장 체계적으로 제노사이드 규정에 도달한 경우다. 예일대 클리닉은 ‘1948 제노사이드 방지 협약’(제노사이드 협약)에 근거해 ▦타깃 그룹 ▦범죄 행위 ▦그룹 파괴 의도 등 3가지를 제노사이드 충족요건으로 전제했다.

미얀마 로힝야는 이 3가지를 모두 통과했을까. 우선 ‘그룹’으로 인정 받으려면 국적, 인종, 종족, 종교 중 최소 1개 이상 뚜렷이 구분되는 무리의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로힝야는 그 조건에 충분히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미얀마의 박해 세력은 ‘미얀마에 로힝야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로힝야를 ‘벵갈리’로 비하해 불러, 오히려 이들을 선명한 조직체로 묶어주기도 했다.

두번째 요소인 범죄행위도 충족된다. 여기엔 ‘특정 그룹의 구성원을 죽이는 행위’와 ‘그룹 구성원의 심신을 심각하게 상해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학살과 고문에 시달려온 로힝야들은 이런 직간접 범죄행위에 모자라지 않게 노출돼 왔다.

문제는 ‘의도성’ 여부다. 제노사이드 규정에 신중한 이들은 바로 미얀마 정부가 이들을 파괴할 의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특히 고심한다. 하지만 예일대 클리닉은 최종적으로 “광범위한 박해와 공격, 살해 그리고 로힝야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정책, 강제이주 등은 특정 그룹의 전체 혹은 부분을 파괴하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결론 지었다. 이어 “미얀마의 제노사이드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소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물론 로힝야의 박해 상황이 제노사이드인지 아닌지, 즉 범죄 규정 문제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다. 제노사이드 담론은 명칭보다는 실질적인 제노사이드 방지에 그 의미가 있어서다. 때문에 핵심은 논쟁의 결론보다는, 국제사회가 로힝야 문제에 제노사이드 명칭을 붙일 것인지 논의해야 할 만큼 사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과거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세계의 양심이 1948년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며 제노사이드 방지협약을 도출한 뜻을 따라 제노사이드로 확정될 만한 사안은 위험 단계에서 미리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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