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만 치중… 서열화 주범”
문재인ㆍ유승민ㆍ심상정 “없애야”
“고교 선택도 학생 권리인데…”
해당 학교ㆍ졸업생은 크게 반발
입시 준비 중학생 부모도 혼란
“일반고 정상화가 우선” 목소리도
“대학 입시에만 치중하는 게 어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외국어고(외고) 만의 문제겠어요?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네요.” (6일 서울 한 자사고 A교사)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사고ㆍ외고 폐지안을 들고 나오면서 학교 현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다음 정권에선 전국 70여곳 자사고ㆍ외고가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이들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반발 기류가 팽배하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그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되어버린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단계 전환하겠다”며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고와 자사고를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각각 이들 학교 폐지를 주요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해당 학교들은 애써 구축해 온 교육 시스템이나 교사ㆍ학생들의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학교를 없애는 일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의 한 외고에서 8년 간 재직한 B(39) 교사는 “외고가 없어지면 언어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재능을 키우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2010년 전후로 외고가 입학 지필평가를 없애고 내신도 영어성적만 반영하면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만 진학하는 성향은 이미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자사고나 외고 입시를 준비하던 중학생들도 큰 혼란에 휩싸였다. 중1, 2 자녀들 둔 이모(52)씨는 “그 동안 외고 입학을 위해 준비를 해왔는데 앞으로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외고와 자사고 폐지가 구체화하는 경우 명문고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졸업생들의 조직적인 반발도 우려된다.
하지만 많은 지표들은 자사고ㆍ외고가 고교 서열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사실이다. 지난 10년 간 서울대 합격생의 출신고교를 비교해보면 일반고 학생 비율은 77.7%(2006년)에서 46.1%(지난해)로 크게 줄어든 반면, 외고를 포함한 특목고와 자사고 합격자 비율은 이 기간 18.3%에서 44.6%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올해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낸 10개 고교는 모두 특목고나 자사고였다.
전문가들은 교육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든 어느 정도의 체제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다 해도 완전 폐지로 인한 혼란도 적지 않은 만큼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서열화의 핵심 원인인 ‘우수학생 선점효과’를 줄이기 위해 고교 입시제도를 먼저 다듬고, 사회적배려자대상자 전형과 특성화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단장을 맡았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기고(특목고ㆍ자사고 등)부터 우수 학생을 뽑고 후기고(일반고)가 나중에 선발하는 고교 선발 방식부터 손을 보는 것이 우선 순위“라며 “동시에 선발을 하는 것만으로도 서열화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고 정상화가 없이는 하향 평준화에 그칠 거라는 지적도 많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우수 학생들을 일반고로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교육과정으로는 인재로 육성하기 어렵다“며 “외고나 자사고의 특화된 교육과정을 참고해 일반고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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