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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화의 날’에 남북 아이스하키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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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화의 날’에 남북 아이스하키 대결

입력
2017.04.0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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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 A 대회 북한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 A 대회 북한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역사적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이 열린 6일 강릉하키센터. 경직된 남북 관계로 북한의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4부 리그) 대회 참가가 불투명했지만 북한이 출전하며 대결이 성사됐다.

남북이 한반도에서 아이스하키 공식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3월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남북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적이 있으나 당시는 친선 대회였다.

하지만 강릉 세계선수권 남북대결은 이례적인 매치답게 무료 예매 티켓 6,000장이 일찌감치 동났다.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다.

마침 이날은 유엔이 지정한 ‘스포츠 평화의 날’이었다. 그런 만큼 남북 대결 의미는 더욱 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의 아사히, 프랑스의 르 몽드 등 46개사 79명의 해외 취재진이 강릉 하키센터에 집결했다. 르네 파젤 IIHF 회장도 경기장을 방문했다. 파젤 회장은 이희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함께 페이스오프 퍽 드롭(경기 시작 전 하키 퍽을 양 선수 가운데 던지며 시작을 알리는 행사)을 하며 남북 스포츠 교류를 축하했다.

남북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응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남북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응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남북 대결의 승자는 한국이었다. 새러 머리(29ㆍ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 대회 4차전에서 북한을 3-0(2-0 1-0 0-0)으로 제압했다.

슬로베니아(5-1승), 영국(3-1승), 호주(8-1승)에 이어 북한까지 따돌린 한국은 4전 전승의 질주를 이어갔다. 한국은 하루 휴식 후 8일 네덜란드와 대회 최종전(5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참가 6개국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19위)는 한국(23위)과 마찬가지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패배가 없다. 한국-네덜란드전 승자가 대회 우승과 함께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 리그) 승격 티켓을 거머쥔다.

한국은 1피리어드 6분50초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에서 박예은이 오른쪽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때린 리스트샷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두 번째 골도 파워 플레이에서 나왔다. 11분27초에 박예은이 중앙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을 문전 앞에 있던 조수지가 방향만 살짝 틀어 골네트를 갈랐다. 2피리어드 들어서는 17분57초 문전 혼전 상황에서 이은지가 골을 터트려 3-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북한의 적수가 못 됐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북한에 0-10으로 완패했다. 이후 2014년 아시아 챌린지컵까지 4전 전패를 당하며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13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르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을 4-1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승리한 한국은 이날 또 한 번 완승을 끌어내며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음을 확인시켰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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