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 축하 메시지
장래희망 ‘은행 사장’ 적어
“졸업을 축하한다. 사막을 걸어가던 사람이 오아시스를 만날 때를 생각하여 지금 헤어졌을지라도 장래 또 한 번 만나 보새(세).”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1943~1960) 열사가 생전에 남긴 친필 메모가 담긴 책이 발견됐다. 이 책은 김 열사가 전북 남원 금지중 졸업을 앞둔 195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남원문화원에 따르면 임실에서 근대사 자료를 수집해 온 박재호씨가 과거에 모은 자료를 정리하던 중 김 열사가 직접 쓴 메시지가 담긴 책을 발견했다.
책자는 표지를 포함해 16절 크기의 종이 67장을 묶은 형태로 표지에는 기억이란 뜻의 ‘Memory’와 ‘금지중학교 졸업’, ‘단기 4292년 3월 2일’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김 열사의 금지중 동창 박병금씨가 친구와 후배들에게 받은 졸업 축하 메시지 66매를 묶은 것으로 김 열사의 글은 16번째에 실려 있다.
각 장마다 상단 오른쪽에 글쓴이의 주소 성명 생년월일 별명 희망 등을 적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는 장래희망에 ‘은행 사장’이라고 적었다. 그 동안 그의 꿈은 장래 희망이 교사라고 알려져 있었다. 김현식 남원문화원 사무국장은 “그가 마산상고에 진학한 동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열사는 마산상고 1학년이던 1960년 3월 15일 당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마산시민 부정선거 규탄대회에 참석했다가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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