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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분사 후 첫 걸음은 “중동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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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분사 후 첫 걸음은 “중동 공략”

입력
2017.04.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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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의 자신감

사우디 조선소 건립 등 사업 추진

1분기 매출도 7조원 예상 호조세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

가동 중단 군산조선소 문제 시급

“분사 반대” 노조와의 타협도 관건

이 달부터 4개 회사로 나뉘어 한결 몸이 가벼워진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커넥션’을 발판으로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6일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울산 본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 중동 3국의 주한 대사를 만나 조선 및 육ㆍ해상플랜트 분야에서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협의했다.

현대중공업이 중동을 눈 여겨 보는 것은 잠재력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에만 의존하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약 5조원을 투입해 현지에 조선소를 건립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LNG 수출을 위해 수십 척의 운반선을 한국에서 수주할 만큼 현대중공업 등과도 가까운 나라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LNG선 발주가 7척에 그쳤지만 환경 규제와 맞물려 LNG 수요가 늘면서 LNG선 발주도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우디의 산업화가 발전, 건설 등 연관 분야까지 확산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이 함께 진출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LNG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으면서 카타르를 중심으로 LNG선 발주도 늘어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흑자

현대중공업그룹은 존속법인 현대중공업(조선ㆍ해양 부문)을 비롯,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현대로보틱스(로봇)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ㆍ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4개 회사로 지난 1일부터 새롭게 출발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4년 만에 4개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1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경영 불안정 요인을 없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갑 부회장은 “사업분할이 되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낮아져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며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건설장비와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에 대한 기술과 품질 투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새로운 경영전략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시설투자 3,9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500억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과 해양 분야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수주 가뭄에도 조선업계 빅3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선두주자로서 자신감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조선ㆍ해양 분야의 예상 손실을 선반영한 뒤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공정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지난해 조선ㆍ해양 부문에서 영업이익 7,10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이 올해 1분기 매출 7조930억원, 영업이익 3,0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노르웨이의 해양시추업체 시드릴과 남은 계약이 없어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상황이 낫다.

군산조선소 존폐 위기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

현대중공업이 분사 후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감이 줄어들어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인 군산조선소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6월 이후 일감이 없어 유지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가동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과 정치권은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당초 분사를 반대하며 분사 후 ‘4사1노조’를 주장하는 노조와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한 울타리 아래 있다가 4개로 나뉜 회사들이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사 전에는 하나의 법인이라는 것에 묶여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는데 나뉘고 난 뒤에는 각 회사의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각자 환경에 맞는 빠른 경제 활동이 가능해져 더욱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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