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겐 보수 표 등에 업은 안철수 막을 방파제
홍준표가 버텨줘야 박근혜 정권교체 프레임도 유효
5ㆍ9 대선이 문재인ㆍ안철수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홍준표의 역설’이 회자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로 무너진 보수 표심을 끌어 올리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역설적이지만, 홍 후보가 살아줘야 문 후보가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최근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보면서 그 근거로 홍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들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6일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10% 안팎이지만, 선거국면이 본격화하면 못 해도 15%는 나올 것”이라며 “홍 후보 입장에선 집토끼 표심을 가져오기 위해 안 후보의 정체성이나 자질 검증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안철수의 공간은 줄어들 것이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탄핵 국면에서 지지율 바닥을 치고 있지만 확고한 조직기반 등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의 이 같은 분석에는 홍 후보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면서도 그의 선전을 내심 기대하는 역설적인 심리가 담겨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안 후보가 보수층의 지원을 받아 문 후보를 추격하는 상황이다 보니 홍 후보가 안 후보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방파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 후보 측이 홍 후보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보수층의표 분산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후보 지지율이 상승한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버텼기 때문인데, 박 전 대통령이 사라져 버리니 문 후보가 타깃이 됐다”며 “문 후보 측에선 홍준표를 키워서 안철수를 제어하는 이이제이 전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후보 입장에서도 안 후보가 지지기반을 침식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가장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문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게 되는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적폐 또는 좌파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으르렁 거리는 정치세력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역설적인 대선 판도”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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