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그가 수사기관에 불려 나온 것은 검찰 특별수사팀과 박영수 특검팀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은 지난 한 달간 50여명에 달하는 참고인을 소환 조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이번에야말로 검찰은 그가 저지른 범죄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검찰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은 “국민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대통령님 관련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그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비리 예방과 감찰을 하라고 만든 자리에 있던 사람이 국정농단을 묵인ㆍ방조한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그런데도 책임을 인정하고 참회하기는커녕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 전 수석이 묵인ㆍ방조 수준을 넘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은 한두 건이 아니다. 청와대 지시에 응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ㆍ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찍어내기 인사’,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방해, K스포츠재단 감찰 무마 등의 혐의다. 민정비서관 시절에는 광주지검의 해경 본청 압수수색 등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만도 11가지에 이른다.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과 탈세,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횡령 등 개인비리 의혹도 여러 건이다.
이런 중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가 여태껏 법망을 피해온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검찰과 특검을 오가면서도 그의 혐의는 속 시원하게 파헤쳐진 적이 없다. 검찰 수사에서는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휴대폰 통화 내역 조회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수사 중인 검찰 수뇌부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특검 수사마저 개인적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더 이상 이런 식의 겉핥기 수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국내 최대 재벌 오너와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된 마당에 검찰이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를 머뭇거린다면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다. 검찰이 이번에도 우 전 수석을 구속시키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간의 무기력을 씻기 위해서라도 제 살을 도려내는 수사를 감행해야 한다. 이번 수사가 얼마나 성역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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