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톤 미래13호 속도 줄이다 추돌
어민들 “울릉항 선석 부족 예견된 사고” 지적
2단계 항만 건설사업이 한창인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에서 대형 화물선이 해양환경관리공단 조사선과 여객선을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울릉항에서는 지난해에도 화물선이 어선을 들이받아 어민들로부터 사고 위험 우려가 제기됐던 곳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일 울릉군 등에 따르면 포항-울릉 구간 화물선 미래13호(3,550톤)는 이날 오전 8시 울릉항에 진입하다 정박 중인 울릉-독도간 여객선 돌핀호(310톤ㆍ정원 390명)와 해양환경관리공단 조사선 아라미3호(398톤)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미래13호는 울릉항 부두에 설치돼 있는 등대도 추돌했다.
사고 당시 여객선과 조사선에는 강풍에 따른 결항으로 탑승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핀호 구명뗏목과 에어컨 실외기 등이 파손됐고 아라미3호의 통풍구와 외부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망가졌다. 미래13호는 이후 울릉항 진입을 포기하고 이날 오후 3시 울릉 저동항에 정박해 하역작업을 진행했다.
울릉 주민들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울릉항 내 부족한 선석을 꼽고 있다. 이는 울릉항 하역을 위해 진입하던 미래13호가 정박 공간이 확보되지 않자 갑자기 속도를 줄였고 강풍에 밀리면서 항 입구 쪽에 있던 여객선과 조사선을 잇따라 추돌했기 때문이다. 폭 16m의 미래13호가 정박하기 위해서는 선박 폭의 2배인 34m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울릉항에 허가 받은 공간은 27m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고 당시에는 항만 건설공사로 정박된 바지선이 강풍에 밀려 미래13호의 선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울릉항은 여객선 4척과 화물선 8척, 어선 10척, 유람선 1척, 관공선 1척, 해양조사선 1척이 이용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이 때문에 항시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래13호는 지난해 5월에도 울릉항에 정박하다 어선을 들이받았다.
울릉 어민 정모(51)씨는 “이날 강풍으로 여객선이 결항해 탑승객이 없었으니 다행이지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이 하루 빨리 나서 선박의 정박 위치를 바꾸는 등 울릉항의 부족한 선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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