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면서 인상을 하도 써서 이제 그냥 웃어도 악랄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KBS2 인기 드라마 ‘김과장’ 속 TQ그룹의 재무이사 서율(준호)은 이중적 인물이다. 김 과장(남궁민)이 ‘거대 갑’을 상대로 선보이는 통쾌한 복수극에서 때로는 훼방꾼으로 힘을 빼놓고, 때로는 지원 투수로 힘을 보탰다. 서율은 꼭두각시로 부릴 계획으로 김 과장을 입사시킨 후 그를 협박해 궁지에 몰아넣는다. 권력의 편에 섰던 서율이지만, 회장에게 배신당한 후 누구보다 든든한, 김 과장의 ‘동지’가 됐다. 김 과장과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며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당’의 매력을 발산했다.
극 중 까칠한 모습과 달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성그룹 2PM의 멤버 준호(29)는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독선과 아집이 가득한 재무이사 서율의 모습을 벗고 편안한 웃음을 한껏 터뜨렸다.
어느덧 연기를 한지 4년이 됐다. 영화 ‘감시자들’(2013)에서 특수수사팀의 막내 다람쥐 역을 맡아 연기에 입문한 뒤 영화 ‘스물’과 ‘협녀 칼의 기억’과 tvN 드라마 ‘기억’에 출연했다. 2PM 활동을 병행하면서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는 못했으나 서율을 연기하면서 “연기하는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그동안 극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캐릭터를 맡은 적이 없었다”며 “1년에 한편 정도 찍으면서 더디게 성장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연기돌이 아닌 배우로 봐주시는 시선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극 중 서율의 원래 이름은 하율로 나이도 32세가 아닌 38세였다. 지독한 악인이던 서율은 준호가 투입되면서 좀 더 융통성 있고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준호는 “내가 캐스팅 되고 나서 ‘김과장’의 시놉시스가 전부 바뀌었다”며 “그 전 시나리오를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역할을 맡은 뒤 나에게 맞는 색을 입혔고 결과적으로 배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율은 “내 말 안 들으면 감방 가는 거지” 식으로 협박을 일삼다가도, 김 과장의 짓궂은 장난에 넘어가는 어설픈 성격을 지녔다. 여기에 복스러운 먹방을 선보여 ‘먹소’(먹보 소시오패스의 합성어로 먹는 것에 집착한다는 의미) 이미지까지 가지고 있다. 단순히 극악무도한 악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라 설득력 있는 연기가 필요했다.
“김 과장과 투닥거릴 때는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누군가에게 겁을 줄 때는 확실하게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어요. 먹을 때는 단순히 맛있게 먹는 게 아니라 인물의 탐욕과 야망, 외로움이 먹으면서 채워진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고요. 극 후반부 서율이 김 과장 편으로 돌아설 때 어떻게 하면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율이 김 과장과 손을 잡으면서 남궁민과 준호의 연기 호흡도 절정을 향했다. 극 후반부에는 애드리브의 향연이 펼쳐졌다.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김 과장이 서율과 손잡은 이유를 밝힐 때 “너 연기 진짜 못한다”는 서율의 말에 김 과장은 “아닌데 나 연기 되게 잘하는데? 연말에 상 받을 건데?”라고 되받는다. 서율도 지지 않고 “연초라서 힘든데”라는 대사로 화답하며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브로맨스(남성 간 친밀한 관계)가 너무 과하면 보는 시청자의 눈살이 찌푸려지거든요. 남궁민 형과 어느 정도 수위를 맞추어야 할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조절했어요. (박재범)작가님이 쓴 대본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쾌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준호는 “‘김과장’에 출연하면서 배운 것들을 양분 삼아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기활동도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펼치고 싶은 마음이다. ‘김과장’ 출연도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하지 못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는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적어도 1년에 2편 정도는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2PM 활동에 대한 의욕도 보였다. 지난달 26일 동료 멤버 준케이의 부상으로 취소된 단독 콘서트는 내년 10주년 공연으로 채울 생각이다. “이전 콘서트가 힘들게 마무리됐는데, 그렇게 매듭짓는 건 준케이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10주년 콘서트를 꼭 하고 싶어요. 올해는 멤버들이 개인 활동도 더 많이 할 것 같고 해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에요. 제가 연기하는 건 개인 활동의 영역이고 저라는 연예인의 근본은 2PM이니까요. 2PM 활동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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