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野 지지자들의 시대정신
선점 못한 게 최대 약점
진보ㆍ호남 향한 메시지 반복 땐
보수층 한순간에 등 돌릴 수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5ㆍ9 대선 레이스 초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매서운 기세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선거 막판 바람을 탄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시대정신과 고정지지층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넘어설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활주로가 짧아진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가 초고속의 상승세를 탄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바람을 타고 문 후보와 맞서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선점하지 못한 점은 안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대선을 주목하고 있는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에게 있어 결정적 투표 기준은 적폐청산의 가치를 누가 잘 구현해 낼 수 있느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6일 “안 후보가 미래를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대선 당일 투표장에 나갈 유권자들에게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을 것”이라며 “그게 바로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정국과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진보진영의 견고한 지지를 묶어낸 문 후보와 달리 안 후보의 고정지지층이 없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안 후보는 2012년에는 젊은층과 수도권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50대 이상과 호남 지지를 받고 있다”며 “고정 지지층이 없다는 점은 안 후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맞물려 안 후보의 상승세를 떠받치는 동력이 보수층이라는 점도 기회이면서 위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진영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후보가 이들을 향한 메시지만 반복할 경우 보수층이 등을 돌리는 것도 한 순간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권으로 기울어진 대선판에서 결국 막판 승부가 접전으로 흐르면 선명성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안 후보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내심 승부를 낙관하는 이유다. 문 후보측 관계자는 “안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보수층을 위한 메시지도 필요할 텐데 그 순간 야권 지지층이 돌아설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안 후보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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