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ㆍ무역 강한 프레싱
세컨더리 보이콧 등 꺼낼수도
시진핑, 北대화 등 원론적 대응
외교경험 많은 보좌진에 여유
세기의 ‘스트롱맨 맞대결’로 꼽히는 미중 정상회담(6~7일)의 승패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오후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티타임과 만찬으로 시작되는 회담의 주요 의제만 놓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세해 보이지만, 전반적인 조직력과 정치적 입지 측면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소 유리한 입장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무역ㆍ통상분야에선 공수 역할이 뚜렷이 갈릴 전망이다. 이들 현안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며 강경 대응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정책의 핵심기조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시 주석은 이들 의제에 대해 각각 제재와 대화 병행, 협력ㆍ공영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의 역할 부족을 지적해왔다. 회담을 하루 앞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방미 중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선 “북한은 우리가 떠안고 있는 또 하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만날 시 주석을 향해 대북정책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미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강성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대중 압박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큰만큼 북한의 전략적 자산가치를 버릴 수 없는 시 주석 입장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적극 참여하되 대화도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 표명 이상으로 맞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은 회담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논의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것은 대화의 초기 의제”라고 밝혔다.
무역ㆍ통상분야 현안 논의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시정 요구,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시장경제지위 부여 가능성 등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상대적으로 많다. 영 BBC는 정상회담 주요 의제를 알파벳으로 풀이하면서 ‘B’를 ‘때리기(bashing)’로 해석했다. 통상이슈에 있어 주도권을 쥔 트럼프가 시 주석을 난타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공세적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정상회담의 승패와 관련해선 다른 전망이 적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미국사회내 분열과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통성 논란과 달리 중국은 매우 안정적”이라며 시 주석의 우세를 점쳤다. 트럼프 정권에 뚜렷한 아시아 전문가가 없는 상태여서 한국ㆍ일본 등 동맹국 이해관계까지 조정하면서 협상을 이끌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 CNN도 “정치적 입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훨씬 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올 가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인 2기 체제를 출범시켜야 하는 시 주석도 대외환경에 대처하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크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장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무난히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국내 관객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세계 주요 2개국(G2) 정상 간 첫 대면인데다 핵심 의제들에 대한 이견이 분명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시 주석에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시 주석 주변에 외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이 다수 포진해 있어 여러모로 협상술에 있어 트럼프측을 압도할 전망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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