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출
지난달 14일 이후 1조 이탈
2160선, 2170선 돌파 다음날
투자자들 환매 물량 쏟아져
펀드 수익률 높은데도 팔아
“박스권 장기화 학습효과” 분석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술술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0년 간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학습 효과에 단기 고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환매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고점 돌파를 노리던 코스피도 발목이 잡혔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39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309억원이 유입됐지만 700억원이 이탈한 결과다. 더구나 이는 16거래일 연속 이어진 자금 순유출이다. 지난달 14일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총 9,998억원에 달한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할 때마다 환매 물량이 쏟아진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올해 처음으로 지수가 2,160선(3월 17일) 2,170선(3월 21일)을 돌파한 다음 거래일인 20일과 22일 각각 1,140억원, 1,12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5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연초 이후 4조4,440억원이나 순감했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2조9,325억원이 빠져나갔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조5,115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창민 KB증권 WM리서치부 연구원은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전기전자ㆍ철강ㆍ금융업 등에 투자한 펀드들의 성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이들 펀드에 대한 차익 실현 차원의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 투자와 박스권 장세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들이 지수가 오르자 보유하고 있던 펀드들을 내다 팔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05%, 6개월 수익률은 5.59%를 기록했다. 코스피200지수와 연동된 인덱스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10.22%나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행렬은 전고점(2,231.47)을 향해 달려가던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객의 환매 요청에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 주식 2조5,996억원을 팔아 치웠다. 투신(기관)의 매도량 이상으로 외국인(5조3,212억원)이 사주고 있긴 하지만 외국인이 언제까지 받아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은 3일 연속 동반 매도 입장을 취했다. 코스피는 이날도 장중 한때 2,140선까지 후퇴했다 전날보다 8.10포인트(0.37%) 빠진 2,152.75포인트로 마감됐다.
이종우 IBK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는 기관이 주식을 팔아도 외국인 매수세로 그 영향이 희석됐는데 최근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팔게 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환매 물량이 많이 나올수록 지수 상승을 억제하게 된다”며 “최근 코스피가 상승장이라고는 하지만 환매 악재까지 압도할 만한 자신 있는 매수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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