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서부 이들리브주에서 사린 가스로 보이는 화학무기 공습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8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났다. 4년 전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0명 이상을 숨지게 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밖에서 소리가 나서 가 보니 사람들이 땅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도 쓰러져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버지를 도와 달라고 비명을 지르던 어머니도 이내 넘어져 입에서 흰 거품을 토했다.” 외신 등을 통해 전해진 현장 상황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국제사회는 2013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 후 더 이상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게 막자고 했고, 유엔 안보리가 나서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결의했다. 이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서명하고 화학무기금지조약기구 주도로 반출 폐기 작업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곳곳에서 염소ㆍ사린 가스 공격이 멈추지 않았다. 반정부군인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한 경우도 있었고 정부군의 만행도 여전했다. 국제사회의 감시가 그만큼 허술했다는 이야기다.
시리아 내전은 애초 이슬람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과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갈등, 그 파벌 각각에 동조하는 국제사회의 동상이몽에다 IS 급부상까지 얽히고설켜 해결이 어려운 지역 분쟁이다. 이번 화학무기 공격 직후 미국 등이 주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반정부군 소행”이라는 시리아 정부 주장을 거들며 결의안 채택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량의 인명살상을 막아 최소한의 인도적인 가치를 지키자고 약속한 CWC의 정신을 잊은 게 아니라면 러시아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시리아 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도 이번 사건 발생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트럼프 정부는 IS 대응에 치중한 나머지 “아사드 축출이 미국의 우선적인 중동 정책이 아니다”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상 원론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시리아 현 정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는 발언이다. 뒤늦게 “선을 넘었다” ”큰 충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유엔 주재 미 대사의 발언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은 것인지도 미지수다. 화학무기 사용 같은 반인도적인 만행 앞에서 국제사회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의 역할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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