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리니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이제 방진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TV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미세먼지는 일상이 되었다. 미세먼지 원인하면 중국을 떠올리지만 중국요인이 100%가 아닌 한 국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대책이 탄탄해야 중국과의 협상력도 가질 수 있다.
미세먼지는 발전소, 공장, 자동차, 건설기계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보면 앞으로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진에 석탄발전소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석탄발전소 이름이 에코파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당진 에코파워를 포함해 석탄발전소를 20기나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09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범주에 배출저감장치를 단 ‘클린디젤’을 포함시켜 경유차 판매증진에 공조했다.
지난해 11월 친환경차 기준에서 클린디젤차를 삭제하긴 했지만 8년 사이 경유차 판매는 급속히 늘어났다. 올해 환경부는 당장 효과가 큰 매연저감장치 예산을 대폭 늘리지도 않았고, 노후건설기계 저공해화 예산은 오히려 줄였다.
정부 정책을 보면 공무원들은 시민들하고는 다른 공기를 마시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석면, 플루토늄, 담배연기와 동급이다. 폐질환은 물론이고 심장이나 뇌질환을 유발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국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한 미세먼지만으로도 매년 1,100명이 조기 사망한다.
대기오염은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사례이다. 기업은 전기와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버는데, 그 과정에서 뿜어낸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건강을 망치고 병원비 부담을 지운다. 전남대 경제학부 배정환 교수는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11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OECD는 2060년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데, 정부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바로잡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 그것도 석탄발전에 ‘에코’를 붙이고, 경유에 ‘클린’이니 하는 친환경 이미지를 덧씌운 것에 장단이나 맞추면서 말이다.
미세먼지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단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멈추고, 석탄 대신 가스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석탄과 다른 연료 간 형평성을 조정해 석탄에 과세하고 발전용 LNG에 감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발전설비 과잉으로 전기는 남아돌고, LNG 발전소는 개점휴업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값싼 전기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시민들이 감당하는 환경사회적 외부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미세먼지 법정 관리 기준을 WHO 권고 수준으로 상향하고, 자동차부제(5부제 2부제 등), 혼잡통행료제도, 노후경유차 출입제한구역 설정, 대중교통과 자전거 활성화 정책도 총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해보지도 않고 요금인상과 시민불편 때문에 안 된다고 핑계를 댄다. 그렇게 핵심정책을 포기하기 때문에 수명이 다된 석탄발전소 10기 폐쇄와 고등어와 직화구이 대책밖에 안 남는다.
나쁜 외부효과를 바로잡으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매일 아침 농도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사고, 외부활동을 줄이는 각자도생 방식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절대 해결 못한다. 한전과 발전회사 그리고 자동차 대기업 우선 정책을 멈춰야 한다. 이윤과 성장 때문에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포기하는 정부는 박근혜 정부까지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나는 맑은 공기에 투표할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발전소와 자동차는 없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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