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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짤방’과 ‘짜르다’

입력
2017.04.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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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림 방지’라는 뜻의 ‘짤방’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샘’에서는 “사진 없이 글만 올렸을 때 글이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진을 함께 올린 것에서 유래하였다”라고 설명한다. 요즘 수없이 만들어지는 줄임말 중 하나지만, ‘잘림 방지’가 ‘짤림 방지’로 바뀐 뒤 ‘짤방’이 만들어진 과정은 특이하다. 이 말의 기원을 생각하면 ‘잘방’이란 형태가 간혹 쓰일 법한데 그런 쓰임은 찾기 어렵다. 오로지 ‘짤방’이다. 그러니 이 말은 처음부터 ‘짤림 방지’를 줄인 말이라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올린 제안서는 위에서 자꾸 짤려.”

“힘없는 비정규직이라지만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짜르면 안 되지.”

‘잘리다’와 ‘자르다’가 표준어라는 걸 아는 사람도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대부분 “아름드리 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에 새순이 돋았다”라거나 “나무를 함부로 잘라 숲이 망가졌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르다’와 ‘짜르다’의 어감적 차이를 느끼고 이 느낌에 따라 말하는 것이다. 자르는 것처럼 매정할 수 있는 행위에 감정의 진폭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국어사전에서는 ‘짜르다’를 ‘자르다’의 잘못으로 설명한다. 국어사전의 설명대로라면 어감적 차이를 활용할 여지가 없다. 물론 별다른 이유 없이 어두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유 있는 된소리는 그렇지 않다. ‘달랑달랑’이 있지만 ‘딸랑딸랑’도 인정하며, ‘비뚤비뚤’도 있지만 '삐뚤삐뚤‘도 인정한다. ’삐뚤삐뚤‘이나 ’짜르다‘나 어감의 차이를 드러내려 쓴 말일 텐데 대접은 다르다. ‘짜르다’에 대한 ‘조선말대사전’의 풀이는 “‘자르다’를 힘주어 이르는 말”이다. 그 풀이를 참고함직하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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