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으로 입소문 탄 동물은 어김없이 수난을 당한다. 가축으로 오랜 세월을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당나귀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강식품 '아교'를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매년 당나귀 수백만 마리가 가죽이 벗겨진 채 불태워지고 있다.
최근 동물전문매체 도도는 영국의 당나귀 보호단체 '더 동키 생추어리'가 고발한 아교 생산업계의 만행을 보도했다. 마이크 베이커 더 동키 생추어리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한 해 최소 180만, 비공식 불법 거래까지 최대 1,000만 마리의 당나귀 가죽이 거래되고 있다"며 "당나귀 거래부터 이송, 도축까지 모든 과정이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당나귀 가죽이 거래되는 이유는 가죽 속에 있는 젤라틴을 농축해 아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약재상은 아교가 정력에 좋고 질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양 의학상으론 밝혀진 바가 없다.
당나귀 가죽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인데 최근 중국 내 아교 수요가 늘어 당나귀 도살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업자들이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당나귀까지 훔쳐다가 암거래하는 일 마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동키 생추어리는 호소문을 통해 "당나귀에 의지해 밭을 일구던 농가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도축시장으로 모인 당나귀들은 뙤약볕 아래 좁은 우리 속에 음식과 물도 공급 받지 못한 채 도축을 기다리게 된다. 탄자니아의 한 당나귀 시장을 찾은 더 동키 생추어리의 활동가 알렉스 메이어서 씨는 "이곳에 갇힌 당나귀 약 700마리는 꼼짝없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도축되기 직전까지 탈수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다"고 말했다.
더 동키 생추어리는 당나귀 가죽을 수출하는 국가에 거래를 멈추라고 호소한다. 단체의 활동가 수지 크레트니 씨는 "지금은 당나귀 거래 규모조차 공식적으로 파악된 게 없다"며 "정식 조사를 마친 후, 도축되는 당나귀에 대한 윤리적인 처우를 확립할 때까지는 가죽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당나귀 가죽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약 1만 5,000명이 서명했다.
한편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 등 일부 국가에선 이미 당나귀 가죽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무분별한 도축을 중단해 당나귀 개체 수를 유지하고 당나귀 절도로 인한 영세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더 동키 생추어리 측은 "최근 탄자니아 정부도 시장에 내다 팔 당나귀에 대한 이동 허가증을 내주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당나귀 도축으로 인한 피해를 인지했다는 희망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수지 크레트니 씨는 건강식품으로 소비하는 당나귀 아교가 어디서 오는지 깨닫고 현명한 소비를 해달라고 전했다. 그는 "잔인하게 가죽이 벗겨지고 끝내 불태워질 운명에 처한 당나귀들이 지금도 아프리카와 남미의 축사에 가득 차 있다”며 “당나귀 가죽 거래를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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