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음료기업 펩시와 스킨케어 브랜드 니베아가 내놓은 광고가 잇달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각 기업이 사과하고 광고를 철회했다. 펩시는 ‘블랙라이브즈매터(Black Lives Matterㆍ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를 소재로 사용했다가 ‘무신경하다’는 비판을 들었고 니베아는 ‘흰색’을 강조하다 백인우월주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이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것에 항의하는 ‘블랙라이브즈매터’ 시위를 주제로 만든 펩시의 새 영상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광고는 지난해 7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발생한 흑인 피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아이샤 에번스(29)가 무장한 경찰에 맨몸으로 맞서는 퍼포먼스 사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무장한 백인 경찰에 맞서는 흑인 여성 대신 백인인 모델 켄달 제너(22)가 주인공으로 나선 것은 이 시위가 ‘인종차별 반대’를 목적으로 나왔다는 맥락을 삭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자들은 광고 속 제너가 경찰관에게 음료를 전달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껴안고 웃고 환호하는 장면도 시위의 심각성을 무신경하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마샤 P. 존슨 연구소의 엘 헌즈 사무국장은 “광고에 등장하는 즐거움은 시위 현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라며 “광고의 장면은 목숨을 위협받는 우리의 현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버니스 킹은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아버지의 사진과 함께 “만약 아버지가 펩시콜라의 위력을 알았다면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펩시는 광고를 즉각 중단한 후 “진지한 주제를 경시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며 “우리는 단합, 평화, 이해라는 세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으나 핵심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니베아의 광고도 백인 우월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광고는 검은 머리의 여성이 머리와 대비되는 흰 가운을 입고 앉아있는 뒷모습에 ‘순백은 순수(White Is Purity)’라고 쓰여있다. 니베아가 최근 출시한 ‘인비저블 포 블랙 & 화이트’라는 데오드란트가 기존 데오드란트보다 더 효과적으로 흰색 옷과 검은색 옷의 변색을 막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한 문구다.
이 광고는 문구가 마치 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선전 문구 같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인종차별적이다”, “검은색은 불순하냐”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보이는 네티즌 집단 ‘알트라이트(alt-right)’ 사이에서는 “니베아는 알트라이트를 위한 브랜드다”며 지지한다는 말도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니베아는 “우리 광고에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후 광고를 삭제했다. 니베아는 “다양성과 평등한 기회는 우리의 핵심 가치”라고 덧붙였다. 니베아 브랜드의 본사인 독일 바이어스도르프도 “누군가를 상처 줄 의도가 절대 아니었고, 잘못된 해석을 유도한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니베아 광고의 인종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니베아는 흑인 남성이 ‘전형적인 흑인’을 나타내는 ‘아프로 헤어’의 마네킹 머리를 멀리 집어 던지려는 사진에 “RE-CIVILIZE YOURSELF”라는 광고 문구를 달았다. 이 문구는 “다시 세련돼져라” 혹은 “다시 문명인이 돼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는데, 후자의 경우 흑인을 야만인으로 보는 인종차별적인 의미로 통해 비난을 받았다.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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