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의 경기가 우천 취소된 5일 잠실구장. LG가 11-0으로 승리한 전날 경기의 화두 중 하나는 친정팀의 홈 개막전에 투입된 이병규(42ㆍ전 LG)의 KBO리그 해설위원 데뷔전이었다.
4일 경기 종료 후 LG 팬들은 방송사 중계 부스 아래로 몰려가 첫 해설을 마친 이병규의 이름을 연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5일 두산과 시즌 최종전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던 팬들 앞에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나타난 이병규는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관계자들에게는 ‘해설위원 이병규’가 적힌 명함을 돌리며 새 출발을 알렸다.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는 보통의 은퇴 선수들과 달리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던 이병규는 이날도 마이크를 잡기 직전까지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선수 시절 홈 경기 때 오전 11시에 출근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후 3시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도착한 이병규는 박용택과 정성훈, 손주인 등 절친한 후배들이 훈련 중이던 배팅케이지 뒤로 향했다. 이병규를 발견한 선수들은 격한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한 동안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사복 대신 유니폼만 입었으면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렇게 한 조에서 즐겁게 훈련했던 풍경 그대로였다. 그 때가 생각나는 듯 이병규는 방망이를 집어 들고 휘둘러 보기도 했다. 누구보다 잘 아는 팀이고, 후배들이기에 데뷔전이지만 해설위원으로서 특별히 ‘취재’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훈련을 마치고 들어온 박용택은 “이 위원님께서 저보고 개막 3연전에서 안타 1개 쳤더라고 ‘오보’를 하길래 3개 쳤다고 정정해줬다”면서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웃었다.
은퇴 후 해외 연수를 추진하다 잠시 보류한 이병규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위원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첫 중계 팀이 바로 지난해까지 20년간 몸 담았던 친정 LG의 홈 개막전이었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본업인 해설에서도 이병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해설위원으로 이미 마이크도 잡아봤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같은 방송사의 이효봉 해설위원은 “초보답지 않게 정말 자연스럽게 잘 한다. 선수 경험을 충분히 살려서 전달하면서도 위트도 있다”고 평가했다. 야구 전문 사이트 엠엘비파크에서도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한 팬은 “해설 4~5년은 해 본 사람처럼 잘한다. 단어 선택도 나쁘지 않고, 초보 해설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는 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시끄럽지도 않고, 말이 없지도 않고, 상황 판단도 좋다”, “해설 엄청 자연스럽네요. 목소리톤도 좋고요” 등의 호평 일색이었다.
이병규는 “아무래도 내가 잘 아는 곳(KBO리그)이고, 아는 팀(LG)이니 그렇게 봐 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중계 방송 내내 관중석 곳곳에 이병규의 등번호(9번)가 마킹된 유니폼이 비춰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