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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도파민이 필요해”-파킨슨병 병명 200주년에 부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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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도파민이 필요해”-파킨슨병 병명 200주년에 부치며

입력
2017.04.0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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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경 (사)대한파킨슨병협회 회장

최진경 대한파킨슨병협회 회장
최진경 대한파킨슨병협회 회장

2013년 설 무렵 제1회 도파민 음악회를 준비하던 때를 생각하면 감개가 무량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갈급한 도파민이 음악을 통해 퐁퐁 솟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파민 음악회’라 이름 짓고 2년에 한 번 세계파킨슨병의 날(4월 11일)이 들어 있는 꽃피는 4월에 열기로 했지요.

어떤 내용으로 채우나 고민도 잠깐, 세상엔 ‘도파민’ 같은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색소폰, 플룻, 피아노 연주자 등 다양한 악기연주에 우리 협회원들의 시와 편지 낭송,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중창단을 모았습니다. 아무리 춥고 멀어도 중창단이 모이는 연습실엔 열정이 넘쳤고, 서로 간식을 싸와서 소풍날처럼 즐거웠었지요. 그렇게 우린 2년에 한 번 ‘도파민 음악회’라는 처방전으로 치유되었습니다.

올해 4월 29일 세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도파민 음악회는 특별한 이벤트와 함께 합니다. 이 병에 이름을 남긴 영국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여섯 환자의 증상을 잘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낸지 200주년을 기념하고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사후 뇌 기증 캠페인을 한국뇌은행의 협조로 벌리려고 합니다.

2015년 가을 우리 협회가 대구의 한국 뇌 연구원을 견학 갔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뇌질환을 가진 환우로서 국책기관에서 뇌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전세계와 대한민국의 많은 제약사와 연구소들도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 연구소도 제약회사도 신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에 인간의 뇌 대신 다른 동물의 뇌를 쓴다면 그런 실험결과를 어떻게 받아 들이겠습니까? 오늘날 우리가 복용한 약들은 주로 서양인 환자들이 앞서 가면서 기증한 뇌 조직으로 연구된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이젠 우리가 진 빚을 갚을 차례입니다. 우리 환자들은 의료소비자 혹은 실험대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신약개발이라는 숭고한 의무를 이어가는 연구의 귀중한 한 축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후에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엔 머리카락 한 올조차 부모에게 받은 것으로 소중히 생각을 해 왔는데 주저하게 됩니다. 맞긴 맞는 말입니다만 오늘날 장례풍습의 변화를 보면, 매장보다 화장이 4배가 더 많습니다. 화장할 수 밖엔 없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지금 우리 세대에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후손에게 파킨슨병을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서라도 막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병마와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파킨슨병 환우로서 우리의 진정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저는 지하철역에서 슬그머니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는 바로 역사무실로 들어가 파킨슨병 환자임을 밝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역무원은 의자를 내어주고 약 드시라며 따뜻한 물도 한 컵 갖다 주었습니다. 약을 먹고 나니 이번엔 소변이 마려웠습니다. 동결증상으로 잘 걷지 못하는 파킨슨병 환자를 휠체어(모든 지하철역에 비치되어 있음)에 태워 화장실까지 동행해 주는 따뜻한 마음은 단순히 공무원으로서의 친절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예상 밖의 큰 도움을 받았으니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날 역무원께서는 환자인 저의 자존심도 지켜주신 셈이죠. 만일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마치 인간의 복잡한 신경망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게 하려면 도파민이 필요한 것처럼, 복잡하고 자칫 삭막하기까지 한 도시에서 모든 기능이 잘 돌아가게 만들고, 때론 환자의 자존심까지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런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요.

우리 협회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찾아내 돕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며,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의 권익과 복지문제를 개선시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 주십시오. 우리 파킨슨병 환자에게 꼬옥 필요한 ‘도파민’ 같은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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