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축소ㆍ대선 이후로 조정 등
중국 측 사업 파트너들
정부당국 눈치보며 자기 검열
年30% 성장하던 의료관광도
올해 들어 환자수 70% 급감
#.국내 한 대형 성형외과 그룹은 최근 중국의 의료 관련 펀드와 3대 7 지분 투자 방식으로 중국 남동부 옌청(鹽城) 지역에 성형외과를 세우기로 했다. 한국 측이 40억원, 중국 측이 90억원을 각각 투자하는 것이 당초 계획. 하지만 중국 측 파트너가 지난달 갑자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혹시 모르니 사업 규모를 줄이자”고 말을 바꿨고, 전체 투자 규모는 반토막(한국 25억ㆍ중국 60억원)이 났다.
#. 대형 치과 프랜차이즈 한 곳은 최근 중국 현지 부동산 기업과 합작해 중국 충칭(重慶)시에 치과를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직접 투자는 어려워 홍콩에 법인을 따로 차려 중국에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쓰게 됐다. 중국 위생국(CFDA)으로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다녀온 중국 측 파트너가 “한국 자본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위생국에서) 받았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새 먹거리로 각광 받던 해외 의료진출이 사드 배치라는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와 의료기기 수출 등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5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의료기관의 최다 진출 국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금까지 총 155건의 해외진출이 이뤄졌는데, 이중 중국 진출 건수가 38%(59건)에 이른다. 또 국내 의료기관들이 진출을 목표로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총 66건인데, 이중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프로젝트가 47%(31건)에 달한다.
그런데 사드 배치 여파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압박이 거세지면서 의료진출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현지 병원 설립과 운영 컨설팅을 하는 이유승 상해수자의료자문공사 대표는 “중국 정부나 지방 정부가 대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중국 측 사업 파트너가 최근 분위기를 우려해 ‘추진 속도를 늦추자’거나 ‘한국 자본이란 꼬리표를 떼자’고 제안하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의료기관과 합작하는 중국 자본이 정세를 감안해 ‘자기 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중국 측 파트너들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며 “대선 이후로 사업 추진을 미루자는 제안도 많다”고 덧붙였다.
2015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 의료관광 열기도 식고 있다. 한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브로커) 대표는 “올해 들어서는 환자 수가 평년 대비 70% 가까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 여파로 최근 유치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對) 중국 의료용품이나 의료기기 수출 역시 사드 배치 결정 이전보다 상당히 줄고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황성은 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진출지원단장은 “중국 진출은 대부분 합작 형태인 만큼 일단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도 중국 의료특구 진출 등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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