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판매 증권사 자료 입수
은행들 선수금환급보증은
출자전환 대상에서 빠져
회사채 최다 보유 국민연금
“분식회계 손해에 손배소 검토”

대우조선해양이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투자자를 상대로 정부가 제시한 채무재조정에 동참해 줄 것을 설득 중인 가운데, 막대한 손해를 앞 둔 회사채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논리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 경영실패에 가장 책임이 큰 산업은행의 부담은 적은 반면, 오히려 그간 구조조정에 협조적이었던 사채권자에게 제일 높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5일 본보가 입수한 A증권사 채권담당 부서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자들은 이번 정부의 채무재조정안이 무엇보다 손실 분담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형상(산은ㆍ수은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으론 사채권자 부담이 가장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채권자의 부담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대우조선 회사채를 고객에게 판매했던 직원이 작성해 주요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우선 정부가 제시한 채무재조정 대상에 은행들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제외된 걸 문제삼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배를 주문한 선주사에 배를 인도하지 못하면 은행이 선주사에 계약비용 등을 대신 물어주는 보증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대우조선에 빌려준 여신 19조6,952억원 중 74%(14조6,165억원)가 RG 형태인데, 채무재조정안에서 산은ㆍ수은과 시중은행의 출자전환 금액은 이를 제외한 2조1,600억원이다.
사채권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총 여신 대비 출자전환 비율을 계산하면 RG가 전혀 없는 사채권자가 50%로 시중은행(20.8%), 산은ㆍ수은(9.4%)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배가 정상 인도되면 산은과 시중은행은 부담이 줄어들지만, 사채권자는 그대로여서 결국 사채권자의 손실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은이 지난해 출자전환 과정에서 떠안은 주식 가치를 주당 1원으로 평가해 사실상 전액 손실 처리했으면서도 이번에 출자전환 하는 주식은 주당 4만350원으로 평가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우조선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급락할 게 뻔한 주식을 채권자들에게 주당 4만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B씨는 “STX조선은 RG가 6조원 이상일 때 자율협약에 들어가 채권단 지원을 받았지만 RG가 2조원까지 줄었을 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대우조선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채무재조정안은 정부와 산은이 대우조선 경영 혼란기를 틈타 경영 실패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라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정부안에 반대하자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채권자들은 또 정부가 지난달 23일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당시와 말을 바꿨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당시 만기 연장되는 회사채에 3% 이자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최근에 이를 1%로 내려 통보했다. 사채권자로선 회사채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3년간 1% 이자만 보장받는 셈이다.
한편 대우조선 회사채 최다 보유자인 국민연금은 5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채무재조정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논의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료 부족으로 판단이 쉽지 않다”며 “다만 이와 별개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로 회사채 투자에서 손해를 본 부분에 대해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