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유소년 축구의 포문을 열며 큰 인기를 끌었던 안정환FC 축구교실(안정환FC)이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선수반 육성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5일 안정환FC에 따르면 2014년 3월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스포츠센터에 유소년 축구교실을 개설, 운영했다. 이는 행정도시에서 문을 연 첫 유소년 축구클럽이었다.
안정환FC는 정부청사관리사무소와 축구장 이용 및 관리 계약(3년)을 맺고 이 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피지컬 ▦멘털 ▦테크니컬 트레이닝을 하고, 선수반도 육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네 번째 ‘안정환FC 대회’를 여는 등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앞장섰다.
이사장을 맡은 안정환은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최소 두 달에 한번 꼴로 세종을 찾아 하루 종일 축구 꿈나무들을 지도하고, 대회 때마다 거르지 않고 참석해 격려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안정환FC는 축구계의 ‘테리우스’로 불리는 안정환의 네임 밸류와 실력 있는 지도자 등이 더해져 지역 축구 꿈나무들과 학부모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회원이 꽉 찼는데도 대기자가 계속 몰릴 정도였다. 안정환FC가 불모지였던 행정도시에 유소년 축구의 불을 지피면서 퍼스트세종FC, 리버플FC 등 후발 유소년축구클럽들도 쇄도했다.
세종FC는 이렇게 불과 3년 만에 유소년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만료(2월 말)를 앞두고 정부청사관리사무소와 재계약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갈림길을 맞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선수반 육성 문제였다. 안정환FC 측은 유소년 축구 회원 가운데 자질을 보이는 20여명의 어린이를 선수반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청사관리소 측은 센터 내 축구장은 선수반이 아닌 유소년 축구 취미반만 이용할 수 있다며 선수반 육성 반대 방침을 내세웠다. 청사관리소 측은 또 안정환FC가 코칭스텝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들쑥날쑥하는 등 재무 운영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하며 월급제 전환 등을 요구했다.
안정환FC 측은 재무 운영 문제에 대해선 개선하겠다면서도 선수반 육성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선수반의 각종 대회 출전 등을 위한 차량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적극 설명했다. 하지만 청사관리소 측은 안전사고 문제 등을 들어 선수반을 위한 차량 운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엘리트 선수 등록을 위해 별도의 법인을 만든 것도 문제가 됐다. 청사관리소와 이미 계약한 법인이 아닌 또 다른 법인이 스포츠센터 내 운동장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안정환FC 측은 청사관리소 등과 수차례 협의를 해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
안정환FC의 운영 중단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정환FC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축구교실을 너무 좋아했는데 청사스포츠센터와 재계약을 못해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해 정말 가슴 아프다”며 세종시에 운동장 사용 등을 위한 지원을 해 달라고 했다.
안정환FC 관계자는 “재무 운영 문제 등은 처음 하다 보니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코치진 등에 대한 지원은 전체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없었다”며 “애초 유소년 축구클럽 교실을 열면서 지역의 초ㆍ중ㆍ고 엘리트 선수도 육성하는 큰 그림을 그렸는데 청사관리소 측이 이를 완강히 거부해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17명 정도의 선수반이 있는데 아이들의 진로까지 연결된 문제다 보니 외면할 수 없어 조치원체육공원 등을 오가며 메뚜기 훈련을 하고 있다.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세종 유소년 축구의 기반을 잘 닦아놓은 안정환FC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청사스포츠센터는 오후 6시 30분 이후에는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등 운동장 이용의 한계가 있고, 전문 선수 육성을 위한 시설로 이용하는 것도 현재로선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선수반 차량 운행은 교통사고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절대 불가하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안정환FC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