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공식 레이스도 시작하기 전에 사사건건 대립하며 난타전을 벌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 준비된' 리더십으로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또 대통합과 협치로 변화와 개혁을 이끌겠다던 약속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허물어지는 듯하다. 국민의 입에서 “이러려고…”라는 탄식이 나오고도 남는다.
최근 2ㆍ3일 사이 벌어진 기싸움만 해도 손에 꼽기 벅찰 정도다. 문 후보 측은 '대통령 사면권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 후보 발언을 '박근혜 사면 검토'로 왜곡해 문제삼았고, 안 후보 측은 '경선의 앙금을 풀자'는 뜻을 담은 문 후보의 '문자폭탄은 양념' 발언이 논란을 낳자 "공감 능력을 상실한 패권적 행태'라고 비아냥댔다. 또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문-안 양자대결 땐 안 우세'로 나온 것을 두고 문 후보 측이 조사방법 등을 문제삼자 안 후보 측은 '대세론 와해의 신호탄'이라고 으르렁거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후보 측이 "양자 대결은 '적폐 연대'에 의해서만 가능한 허황된 그림"'이라고 불평하며 안 후보에게 '우파 프레임'을 들이대자 안 후보 측이 "허깨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는 패권적 수법'이라고 반박한 일도 있다. 나아가 민주당은 전남 선관위가 국민의당 광주경선에서 동원 혐의가 포착된 2명을 고발하자 곧바로 안 후보와 중앙당으로 화살을 겨눴다. 국민의당이 "제 얼굴에 침 뱉기"라며 민주당 전북경선에서 대학생을 동원한 혐의로 고발된 우석대 교수의 사례와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채용 의혹으로 대꾸한 것은 예상됐던 바다.
대선 국면에서 주도권 다툼을 위한 공방과 설전은 불가피하고 때론 이런 신경전이 선거 관심과 흥미를 돋우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파면ㆍ구속하고 그 자리에 과거 청산과 미래 비전을 가진 투명하고 공정한 정부를 세우자는 선거다. 문 후보가 국민대통령시대를 선언하고 안 후보 역시 국민대통령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요구를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두 진영이 지금 벌이는 공방에 국민은 없고 '앞선 자는 뿌리쳐야 살고, 뒤처진 자는 따라잡아야 산다'는 계산만 있다.
양 진영은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바늘과 실처럼 상생의 경쟁을 해야 그들이 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상대를 짓밟고 일어서는 것은 '승자의 저주'를 부를 수밖에 없다. 두 진영에 다시 금도(襟度)와 자제, 냉정을 당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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