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자동차는 많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종류도 다양해졌다. 테일램프 모양이나 엠블럼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차가 있는가 하면, “저 차는 어디 차지?”라고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차도 있다.
역사의 부침 속에 100년이 넘은 브랜드도 있고, 지금은 없어져 전설로 남은 브랜드도 있다. 국내엔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자동차 역사 속에서 한 획을 그으며 지금까지 장수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세아트(SEAT, 본사: 스페인 마르토렐)
스페인에 뿌리를 둔 자동차 회사로 출발은 1919년 이탈리아의 피아트 스페인 지사로 시작했다. 그러다 195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투리스모 자동차 회사(Sociedad Espanola de Automoviles de Turismo)’가 설립됐다. 세아트라는 이름은 회사명의 첫 글자에서 비롯됐다. 1957년 ‘세아트 600’으로 스페인에서 자동차 붐이 일어났고, 1984년 역사적인 모델인 이비자(Ibiza)가 성공을 거두며 세아트는 유명해졌다. 1990년 폭스바겐 그룹이 세아트의 주식을 99.99% 사들이면서 폭스바겐 식구가 됐다. 현재 대표적인 차로 해치백 ‘레온’이 있고 지난해 티구안의 MQB 플랫폼을 공유하는 세아트의 첫 SUV ‘아테카’가 출시됐다.
GMC(본사: 미국 디트로이트)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주로 FBI나 CIA 요원들이 검은색 GMC SUV나 밴을 타고 나온다. 공기 흡입구 부분에 커다랗게 달린 빨간 ‘GMC’ 글자가 눈에 띈다. GMC(General Motors Truck Company)는 GM에서 트럭과 SUV에 특화된 부서이자 파생 브랜드다. 주로 픽업트럭과 상용 트럭, 버스, 밴, 군용차, SUV를 만든다. 1911년에 설립됐으니 100년이 넘었다. 차의 기본 특성은 쉐보레와 같다. 하지만 목표하는 시장이 다르다. 쉐보레가 대중적이라면 GMC는 디날리(Denali) 같은 차로 한 단계 위 시장을 노린다. 그 위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있다.
스코다(SKODA, 본사: 체코 믈라다볼레슬라프)
1895년 바클라프 라우린과 클레멘트 두 형제가 체코에 차린 라우린-클레멘트(Laurin & Klement)라는 자동차 회사로 출발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의 슈코다 공업(ŠkodaWorks)이 흡수 합병했다. 스코다는 슈코다 공업의 설립자 에밀 슈코다(Emil Škoda)에서 유래했다. 그 이후 역사적으로 부침이 많았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군수공장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전쟁이 끝난 후엔 소련이 ‘ANZP 슈코다’라는 이름으로 국유화했다. 성장과 침체의 연속을 이어가다 1989년 공산당 정권이 무너졌다. 이어 1991년 폭스바겐 그룹이 인수하면서 이름을 스코다로 바꾸었다. 최근 국내 진출을 준비했지만,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계획은 흐지부지돼버렸다.
홀덴(Holden, 본사: 호주 포트멜버른)
1856년 호주의 제임스 알렉산더 홀덴이 말 안장 등을 만들었던 회사에서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건 1908년으로 GM에 차체를 공급하다 1931년 GM에 편입됐다. 1948년엔 쉐보레를 기반으로 호주 최초의 차 홀덴 48-21을 내놓았다. 1978년엔 오펠을 손 봐 만든 코모도어가 성공하면서 홀덴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홀덴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과거 대우자동차의 로얄 살롱은 코모도어를 기반으로 만든 차였다. GM대우의 대형 세단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는 호주의 홀덴 공장에서 들여왔다. 그런데 GM은 지난 2013년 불리한 환율과 높은 비용, 열악한 내수 등을 이유로 호주의 홀덴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주에 있는 홀덴은 올해까지만 차와 엔진 등을 만들고 내년부턴 판매법인으로 바뀐다.
란치아(Lancia, 본사: 이탈리아 토리노)
란치아의 창업자 빈센초 란치아(Vincenzo Lancia)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접했다. 자전거를 통해 탈것의 기본적인 엔지니어링을 익히고 19세에 피아트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시험 주행을 하다 레이서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다 동료와 함께 1906년 본인의 이름을 딴 자동차회사 ‘란치아’를 설립했다. 란치아는 혁신으로 유명하다. 1913년 유럽 최초로 전기점화기를 사용했고, 1922년에 나온 람다는 모노코크 보디, 프런트 독립 서스페션, 네 바퀴 브레이크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선구적인 기술로 WRC 등의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수익이 낮아 경영난을 겪다 1969년 피아트에 인수됐다. 현재는 FCA 그룹 산하에 있다. 한편 란치아는 입실론, 델타 등 그리스어 알파벳으로 이름을 짓는 게 특징이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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