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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코앞에 두고… 해수부-선조위 불협화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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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코앞에 두고… 해수부-선조위 불협화음만

입력
2017.04.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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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거치 시기ㆍ방법 놓고 엇박자

선조위는 언론에 상황 먼저 공개

미수습자 가족 “못 믿겠다” 분통

해수부도 거치 날짜 말바꾸기

브리핑 같은날 따로따로 혼선

5일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추모객 이모(54)씨가 우산을 쓴 채 반잠수정 위의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목포=김형준 기자
5일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추모객 이모(54)씨가 우산을 쓴 채 반잠수정 위의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목포=김형준 기자

“육상 거치도 안 된 세월호가 산으로 먼저 가는 일은 없어야죠.”

5일 오전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이모(54·서울 강남구)씨는 반잠수선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세월호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 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세월호 육상 거치와 선체 조사의 열쇠를 손에 쥔 채 연일 엇박자를 내는 ‘두 사공’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를 향한 원망이 서렸다. 그는 “육상 거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혼선이 잦고, 그 과정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의 속이 타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육상 거치 등을 두고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간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수습자 가족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하면서 이들은 불신과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숙한 일 처리로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는 이들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선체조사위의 언론브리핑이 있던 지난 4일 미수습자 가족들은 예고 없이 취재지원센터를 찾아와 선체조사위에 항의했다. 당초 7일로 계획했던 세월호 육상 이동일이 연기된 데다, 진행 상황을 가족보다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게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 뒤 세월호 앞으로 이동, 자정까지 연좌농성을 벌이다 철수했다.

다음날인 5일 이번엔 해수부의 발표가 가족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모듈트랜스포터(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기는 특수장비) 시운전을 한 뒤 바로 작업에 들어가 늦어도 10일까지 육상 거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작업이 어렵다던 선체조사위의 전날 발표와 다른 내용으로, 소조기(4~8일)가 지나면 육상 거치 작업 자체가 어렵다던 해수부의 당초 설명과도 차이가 있었다. “해수부가 말을 뒤집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월호 선체 내 평형수 보존 여부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 부분 구멍에 매달린 굴착기 절단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양측이 같은 날 다른 시간에 따로 브리핑을 하는 바람에 달라진 상황을 각각 반영해 발표하느라 혼선이 빚어진 측면도 있다.

이런 양상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선체조사위의 법적 근거인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 특별법’ 등에 양측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게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체조사는 선체조사위가 맡고, 수습은 해수부가 하되 선체조사위가 ‘점검’을 하는 식으로 규정돼 있어 육상 거치 초기 단계부터 일종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구 일원화 요구가 빗발치지만 “상대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미수습자 가족을 돕고 있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집행위원장은 이날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며 “오후까지 미수습자 수습 실행 계획을 확실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오후에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미수습자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했지만 상황은 정리되지 않은 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를 바라보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심경도 편치 않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책임기관인 해수부가 아직 (정부의) 인준도 받지 못한 선체조사위 뒤로 숨는 것 같다”면서 해수부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인천에서 온 김모(22)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세월호의) 육상 거치가 임박한 만큼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포=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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