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까지 물러나야 한다. 5개 원내 정당 후보 중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유일한 대상이다. 그가 사퇴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5월 9일 대선과 함께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출마하면서도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꼼수가 있다. 단체장 보궐선거는 관할 선관위에 사직원이 접수돼야 사유가 발생한다. 만일 홍 지사가 9일 자정 직전에 사퇴하고 직무대리인 행정부지사가 다음날 선관위에 사직원을 통보하면 보궐선거는 실시되지 않는다.
▦ 홍 지사가 선거법 맹점을 악용해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막겠다고 나섰다. 사퇴 시한인 9일은 행정기관이 쉬는 일요일이다. 9일 자정 전에 사퇴해 내년 6월까지 14개월 동안 도지사를 공석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그는 보궐선거를 하면 도지사에 출마하려는 시장, 군수, 도의원이 줄사퇴해 혼란이 생기고 예산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임기 1년밖에 안 남았는데 보궐선거를 하면 300억원 이상 지방비가 들어간다(선관위 설명은 130억원). 내년 도지사 선거 때까지 도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요 결정을 미리 해 놨다.”
▦ 홍 지사는 학창시절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흙수저 출신이다. “검찰총장보다 센 검사도 해 봤다”고 회고했을 만큼 권력의 맛을 알아가던 1994년 8월. SBS 김종학 PD와의 만남은 그를 ‘모래시계 검사’로 둔갑시켰고 정계 진출의 발판이 됐다. 이후 20여년 정치인생은 거침이 없었다. 안하무인, 독불장군이었다. 그는 2012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시에 당선됐다. 김두관 지사 대선 출마에 따른 잔여 임기 1년6개월짜리 보궐선거였다. 기득권에 편승해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하고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 경남지사 자리는 ‘리틀 노무현’ 김두관을 빼고는 보수의 전유물이었다. 이번엔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당 지지율은 바닥이다. 홍 지사 지지율도 한 자릿수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스스로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려면 자신이 임명한 권한대행 체제가 유리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선거법 허점을 보완하는 ‘홍준표 방지법’을 제안했다. 선출직 지사 없이 1년 넘게 도정을 방치하는 건 지방자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보궐선거를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위헌적 독선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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