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지난해 경주 지진 사고, 중국 어선에 의한 고속단정 침몰 사건에서 미흡한 대처 능력으로 지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제도와 대책 마련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5일 국민안전처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를 벌여 33건의 위법·부당 사항 등을 적발하고, 관련자 1명에 대해 해임을, 다른 1명에 대해선 경징계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 직후인 11월 재난문자 발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상청이 지진정보를 입력하는 즉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그러나 지진 이외에 집중호우, 산사태 등의 재난에 대해서는 기상청 시스템과 연계하지 않아 발송 지연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5년 1월∼2016년 11월 전체 발송 문자 161건의 34%인 54건의 경우 재난 상황 발생 이후 10∼30분 이상 발송이 지연됐고, 148건(92%)의 경우 경보발령 이후 문자가 발송됐다.
게다가 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원자력 발전소에도 설치하지 않았고 계측기들의 정보를 분석하는 통합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814개 공공시설 가운데 231개 시설(28%)에 계측기가 설치되지 않았고, 계측기가 설치된 583개 시설 가운데 97개(17%)는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장비 결함 등으로 한 달 이상 계측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이들 계측기 가운데 48대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2011년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관 사망사고를 계기로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불법 조업을 한 중국어선의 사진이나 동영상 채증 자료를 확보해 중국 정부에 통보하기로 했으나 2014년 5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중국 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경본부는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해상특수기동대원 전원을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하기로 했으나 오히려 특수부대 출신은 2012년 156명(46%)에서 2016년 130명(23%)으로 감소했다. 특수부대 출신 기동대원 3명은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업무와 관련이 없는 제주 강정마을의 민군 복합항 건설 반대시위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해경본부가 2011년 고속단정 침몰 사건 이후 불법 조업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속도가 더 빠르고 고속단정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신형 대형함정(3,000톤급) 9척을 도입했지만 정작 활용하지 못한 것도 확인됐다. 해경본부는 2010년 인천해양경비안전서의 전용 부두 수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신형 대형함정을 배치하지 못했는데도 2015년까지도 그대로 방치해 새로 도입된 대형함정을 단속 수요가 적은 다른 지역에 배치했다.
이밖에도 인천해경 소속 고속단정을 표본조사한 결과 창에 쉽게 뚫릴 정도로 내구성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고, 남해·제주해경 소속 14척 함·정장 등이 3년 동안 34차례에 걸쳐 해상사격장이 아닌 연안이나 도서 인근 지역에서 임의로 함포 사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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