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두 명에게 인사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IA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최형우(33)가 첫 타석에 들어설 때 그 동안 응원해준 친정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또 LG에 새 둥지를 튼 투수 차우찬(30)은 4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 전 3루쪽 삼성 더그아웃과 관중석에 인사했다.
삼성으로서 최형우와 차우찬은 정말 놓치기 싫었던 선수였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입단해 방출 아픔을 겪은 뒤 2008년 다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그 해 신인왕을 수상했고, 팀의 중심 타자로 성장했다. 2014~16년까지는 3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을 기록, 당당히 FA 자격을 얻었다.
2006년 2차 1라운드 7순위로 삼성에 데뷔한 차우찬은 꾸준히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삼성은 투타의 핵심인 이들을 잡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KIA와 4년 100억원, 차우찬은 LG와 4년 95억원에 계약하고 정든 삼성을 떠났다.
올해 두 차례 개막 시리즈에서 최형우와 차우찬을 적으로 잇달아 재회한 삼성은 뼈 아픈 일격을 당했다. 개막 첫 날부터 최형우에게 결승 1타점 3루타를 맞고 눈물을 흘린 데 이어 2일 경기 때는 라이온즈파크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홈런을 허용했다.
최형우의 KIA에 개막 시리즈를 1승2패로 열세를 보인 삼성은 잠실로 향했다. 잠실 원정 첫 상대는 일찌감치 LG가 홈 개막전 선발로 예고한 차우찬이었다. 김한수(46) 삼성 감독은 “최형우를 지나치니까 곧바로 또 차우찬을 만난다”고 묘한 인연에 웃음을 지었으나 삼성 타선은 처음 상대한 차우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차우찬은 최고 시속 148㎞의 직구에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앞세워 6⅓이닝 6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결과는 삼성의 0-11 완패. 5일 현재 삼성은 1승3패를 기록 중인데, 이 중 2패는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비수를 꽂았다.
지난 시즌 9위로 마쳐 자존심을 구긴 ‘명가’ 삼성은 김한수 타격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해 올 시즌 반등을 노렸다. 더구나 ‘국민 타자’ 이승엽(41)이 예고 은퇴를 선언한 만큼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가을 야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최형우, 차우찬의 공백을 시즌 초반부터 여실히 느끼며 고전 중이다.
한편 5일 열릴 예정이던 두산-kt(수원), SK-KIA(광주), 삼성-LG(잠실), 넥센-롯데(부산), NC-한화(대전) 5경기 모두 우천 취소됐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올해 KBO리그에서 비 때문에 경기가 열리지 못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재편성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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