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색깔에 따라 오색 매력을 발산하는 밤 벚꽃은 낮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인파로 북적대는 낮보다 비교적 여유롭고, 은은한 조명에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밤 벚꽃이 아름답기는 경주만한 곳이 드물다. 4월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평소 소등했던 경관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힌다. 이제까지 벚꽃축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공식적으로 제1회 경주벚꽃축제(3월 31~4월 9일)를 시작해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지난 2~3일 경주의 밤 벚꽃 명소를 둘러 보았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흥무로 벚꽃길-
경주 시외ㆍ고속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강 건너 맞은편에 보이는 곳이 흥무로 벚꽃길이다. 김유신장군묘까지 이어진 약 1km 거리가 모두 벚꽃이다. 흥무로 시작지점엔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고,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설치해 사진 찍기 특히 좋은 장소다. 축제기간엔 간이 야시장도 열린다. 온갖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해 벚꽃 아래서 맥주 한잔 기울이기도 괜찮다. 닭꼬치 하나에 4,000원 수준으로 가격은 다소 비싼 편. 차는 되도록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중주차 차량으로 6차선 도로가 2차선이 된다.
야간 자전거 드라이브에 딱 좋은 첨성로
첨성대를 가운데 두고 반달 모양으로 둘러싼 첨성로는 밤 시간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조명은 하얀 불빛 하나지만 거리 양끝에서 보는 벚꽃의 향연은 다소 쌀쌀한 밤 기운을 잊게 만든다. 근처 자전거 대여소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가격은 2시간에 5,000원이다. 낮 시간엔 페이스 페인팅과 한복 대여, 연날리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대릉원 돌담길로 이어지는 벚꽃길도 볼거리다. 주차한 차가 많아 아쉽지만 돌담과 벚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 있다.
밤낮 언제 걸어도 좋은 곳, 보문로
경주 힐튼호텔 뒤편엔 보문호를 양쪽으로 두고 걸을 수 있는 벚꽃길이 나온다. 밤이면 무지개 색으로 변하는 신평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벚꽃길이 장관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천천히 걸으며 사진 찍기 좋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은 호수 위 아찔한 돌다리이고, 오른쪽은 보문관광단지로 이어지는 나무 다리길이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보문호반길은 낮이든 밤이든 걷기 좋다. 약 10km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의외의 벚꽃명소, 풍산금속 벚꽃길
풍산금속 벚꽃길은 경주 시민도 잘 모르는 곳이다. 공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벚꽃이 장관이다. 3일부터 야간조명을 켜 더욱 풍성하고 황홀하다. 노랑ㆍ초록ㆍ분홍ㆍ하양 4색 조명이 연분홍 벚꽃송이를 환상적으로 물들인다. 다소 먼 것이 단점, 경주 도심에서 승용차로 20~30분 정도 걸린다.
그 외에 오릉 돌담길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벚꽃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낮에도 사람이 많지 않다. 도심에서 멀지 않아 첨성로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다. 9일 보문호반에서는 벚꽃과 어우러진 달빛걷기 행사가 열린다. 보문호 벚꽃은 도심보다 약 3일 정도 개화가 늦어 주말 즈음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 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