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ㆍ경주 오피스텔ㆍ원룸 감금
채팅앱으로 성매수남 모집
현지 중개업자에게 돈 주고 입국시켜
투자비 회수한 뒤 웃돈 받고 넘기기도
취업이나 성형수술관광을 미끼로 태국여성을 입국시킨 뒤 감금시켜놓고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 1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5일 태국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챙긴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A(36), B(36)씨 등 6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6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울산 한 오피스텔에 태국인 여성 7명을 감금한 뒤 성매매를 강요해 이들이 받은 화대 중 3,100여만 원을 갈취했다.
A씨는 이어 친구 B씨에게 7명의 태국여성 중 3명을 1인당 500만 원을 받고 인신매매하듯이 넘겼고, B씨 등은 2월16일부터 최근까지 경주의 한 원룸을 빌려 감금시켜놓은 뒤 성매수남과 연결이 되면 모텔 등에서 성매매를 하도록 해 화대 중 400여 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휴대폰 채팅으로 성매수남을 모집한 뒤 한 번에 12만~24만 원을 받고 성매매로 내몰았다. 피해여성들이 항의하면 “(여성들을 입국시키기 위해)태국으로 송금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60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협박하며 한푼도 주지 않았다. 다 채운 여성에게는 2개월간 더 해야 한다며 계속 성매매를 시킨 뒤 받은 화대 중 1회 5만 원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여성들의 생활은 비참했다. 2명이 겨우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합숙’생활을 했다. 옷장도 없이 여행용 캐리어와 간이 옷걸이 등이 가구의 전부였다. 합숙 도중 성매수남의 연락이 오면 모텔로 ‘출장’, 적게는 하루 3번, 많게는 6번이나 성매매를 해야했다.
이들은 태국에서 활동하는 중개업자에게 속아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태국인으로 구성된 중개업자들은 “한국에서 마사지 일자리를 구해준다”, “성형수술 관광을 해준다”고 속여 여성을 모집한 뒤 A씨에게 1인당 420만 원을 받고 넘겼다. 1970~1980년대 국내 젊은 여성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등의 꾐에 빠져 일본이나 동남아로 팔려가 성매매로 내몰린 것과 흡사한 형태다.
이들 범행은 감금당한 여성이 태국인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구조 요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다른 태국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한국말과 지리를 모르는 데다가 계속 감시를 당해 신고하지 못했다.
주한 태국대사관과 경찰청을 통해 사건을 알게 된 경북경찰청은 2월 23일 경주에서 태국 여성 3명, 이어 지난달 23일 울산에서 나머지 4명을 구조했다.
태국 현지 모집책 2명에 대해서는 태국 경찰과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 중이다.
김광섭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성매매업자들은 태국과 한국이 협정을 맺어 90일간 무비자로 오갈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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