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란 찢어진 눈, 이 시선은 불쾌하고 날카롭게 찔러.”
지난달 미국 공항에서 입국 거부당한 뒤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한 국내 래퍼 던 말릭이 노래 ‘옐로우’로 인종차별의 폭력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힙합 음악 기획사 스톤쉽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던 말릭의 ‘옐로우’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다. 힙합 그룹 MBA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노래 ‘레이시즘’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던 말릭과 MBA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자 문제로 입국 거부당하고 하루 동안 구금되면서 국경세관보호국(CBP) 직원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MBA 소속사인 스톤쉽의 석찬우 대표에 따르면 공항 직원은 자신의 귀를 양쪽으로 잡아당겨 (아시아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원숭이 흉내를 내고 ‘칭크’(chinkㆍ중국인을 모멸하는 단어)라며 조롱했다. 지난달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환승하다 입국을 거부 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던 말릭은 ‘옐로우’에서 “수준이 유치원”이라며 21세기에 이뤄지는 인종차별을 황당해했다. 그는 “난 니들(CBP 직원)이 아시안이란 걸 알려줘서 아시안인 걸 알았다”고 차갑게 랩을 한다. 자신에 인종차별적 언행을 퍼부은 CBP 직원들을 향해 “못 배운 티 내며 조롱”이라고 비꼰 뒤 “오, 유 아 래퍼? 김 미 섬 바스”(Oh, you are rapper? Gimme some bars)라고 랩을 잇는다. 스톤쉽에 따르면 CBP 직원들이 두 팀이 래퍼라고 하자 ‘랩을 해보라’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 상황을 던 말릭이 곡에 여과 없이 실은 것이다.
던 말릭은 인종차별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에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며 일격을 날리기도 한다. 그는 양국의 대통령 문제와 전쟁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을 꼬집는다. 탄핵된 박근혜와 취임한 지 반년도 안 돼 탄핵 주장이 제기되는 도널드 트럼프 등 한국과 미국의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풍자다.
MBA와 던 말릭의 인종차별 비판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스톤쉽은 ‘캠페인 어게인스트 레이시즘’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석 대표는 “미국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이번 사건(입국 거부와 인종차별)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와 부당함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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