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빙성 낮은 진술” 판단
피해 부모는 “보강수사 해달라”
8살 여자 초등학생 살인ㆍ시신 훼손 사건의 10대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 여아가) 집에 있는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A(17)양은 최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사에서 “(피해자) B양이 휴대폰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배터리가 없어 집에 데려갔다. B양이 집에 있는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것인데, A양은 그 동안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A양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범행 동기와 관련해 횡설수설하면서 나온 진술 중에 하나로 신빙성이 모자라다”며 “살해와 시신 훼손, 유기가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 범행과정을 볼 때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낮 12시 47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던 B양을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양이 B양을 집에 데리고 들어간 이날 낮 12시 50분부터 혼자 나온 오후 4시 9분 사이에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숨진 B양의 부모는 최근 경찰에 “피의자의 시신 유기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부모가 범행에 일부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인데, 경찰은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B양의 부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 40~46분 귀가한 A양의 부모가 탐문조사를 하던 경찰이 보여준 CCTV 영상과 사진상의 A양을 보고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는 등 범행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양 부모의 알리바이를 충분히 조사했고 발견된 증거도 없다”라며 “A양의 부모가 귀가한 시간과 경찰이 탐문조사를 벌인 시간도 비슷하기 때문에 시신 유기 등을 도왔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을 상대로 범행동기 등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7일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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