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기관에 입학한 후 적응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지난주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숲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멋진 숲복과 숲모자에다 숲가방까지 멘 자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흡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어깨에 살짝 힘이 들어간 채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눈을 반짝거리며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자마자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꽃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꽃이었습니다. 아직 숲에 닿기 전이었지만 바깥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기분이 늘 이렇게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내에서 잘 짜인 지도안을 따라 수준 높은 수업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아이들이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자연의 품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바깥에 나오면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내에서 움츠렸던 에너지가 바깥에서는 불끈 솟아오르나 봅니다. 아이들은 바깥에 나오면 똘똘 뭉칩니다. 교실에서는 서로 장난감을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지만 밖에만 나오면 서로 위해줍니다. 바깥에 나오면 리더십도 발휘됩니다. 차가 오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친구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 한 명은 숲에 오르면서 계속 저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여기 미끄러워요. 조심하세요”, “여기 돌이 있어요”, “여기 많이 높아요. 발을 이렇게 높이 드세요!” 라면서 친절하게 일러주더군요.
아이들은 숲에서 많은 것을 봅니다. 아주 작은 것을 보기도 하지만, 너무 커서 교실에 들어갈 수 없는 것도 봅니다. 교실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학습 효과가 있는 거지요.
아이들이 숲에 자주 가다 보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능력과 문제 해결력이 발달합니다. “이곳은 개미집이 있으니까 둘러서 가자”고 하거나 “여기는 돌부리가 있으니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합니다. “비가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기대감과 호기심도 발동합니다. “어제 있었던 버섯이 오늘도 있을까?”, “거미줄이 비에 씻겨 찢어졌으면 어떡하지?” 하는 의문들이 연이어 생기고 자기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유난히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를 달래려고 등에 업었습니다. 업혀서도 앙앙, 울어대는 통에 교실의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에게 폐가 될까 싶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에서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선생님은 어린이집 옆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제서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습니다.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아이는 곧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교실에서 노래를 불러줬을 땐 신경질을 냈는데 말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단 둘이서 오랫동안 숲에 머물렀습니다.
숲에 가면 아이들의 얼굴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웃음소리가 더 힘차고 커집니다. 숲으로 가는 시간이 매일 기다려집니다.
김정화 한국숲치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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