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회의ㆍ티타임도
날짜 순서 키워드 위주 기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청와대 재직시절 작성한 업무수첩은 모두 56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옭아맨 결정적 증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수사과정에서 17권을 확보했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올해 초 청와대에 보관돼있던 39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39권은 앞서 검찰이 확보한 17권보다 분량도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도 매우 풍부하다. 안 전 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업무수첩 내용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것이며, 증거채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첩 39권에는 2014년 6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안 전 수석이 자필로 메모한 내용이 적혀 있다. 한 권당 60페이지 정도로 적게는 1주일, 많게는 한 달 분량의 메모가 빼곡하다. 안 전 수석의 꼼꼼한 메모 습관 때문에 수첩은 사초(史草)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와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안 전 수석은 수첩 앞쪽부터 주로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티타임’ 등의 내용을 날짜 순서대로 적었고, 수첩 뒤쪽부터는 VIP(대통령) 지시사항을 깨알같이 적었다. 2014년 6월20일 대통령 지시사항을 메모할 때는 페이지 가장 윗부분에 날짜를 뜻하는 ‘6-20-14’를 적고, 그 옆에 ‘VIP’ 라고 기재한 뒤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기록하는 식이다.
완결된 문장보다는 ‘키워드(핵심 단어)’ 위주로 메모한데다, 흘림체여서 안 전 수석이 아니면 정확한 내용파악이 쉽지 않다. 그래서 특검은 키워드를 놓고 안 전 수석의 해설을 자주 들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지시 내용에는 밑줄을 긋거나 별표, 화살표, 동그라미를 해뒀다.
안 전 수석은 수첩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가장 뒷면에 ‘습득 시 연락바랍니다’ 라는 메모와 함께 ‘0435’로 끝나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두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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