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협중앙회 간 갈등에, 행장 선임 또 미뤄져
지난해 수협중앙회(이하 중앙회)에서 분리된 Sh수협은행이 행장 선임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추천권을 가진 정부와 중앙회의 힘겨루기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행장을 재공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최종 후보 선정은 또 다시 미뤄졌다. 독립 은행 첫 행장 선임 과정부터 잡음이 일면서 새출발의 의미는 이미 퇴색해버렸다.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4일 은행장 재공모에 지원한 11명을 놓고 최종 후보자 선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5일 다시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9일 최종 후보자를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행추위 위원인 사외이사 간 이견으로 재공모를 한 터였다. 수협은행 내부 규정상 행추위는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한다. 위원들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추천한 3인과 중앙회 추천 2인으로 구성돼 5명 중 4명이 찬성해야 하는 구조다.
행추위는 1차 공모에서 최종 면접에 참여한 4명과 이원태 현 수협은행장 등 재공모에 응한 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에도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들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다 다시 최종 후보 추천을 하루 더 미루기로 한 것이다.
다만 수협은행 관계자는 “11명 중 3명으로 최종 후보를 압축했다”고 밝혔다. 압축된 3명에 대해 수협은행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이 행장과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장 최종 후보 추천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정부와 중앙회 간 갈등 때문이다. 중앙회는 새출발인 만큼 내부 출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이 행장은 배제하고 싶은 게 속내다. 반면 정부는 내부 출신 행장으로는 수협은행을 변화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수협은행에 1조원 넘게 투입된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도 관료 출신이 가야 한다는 논리다. 1차 공모에 응하지 않았던 이 행장이 재공모에 응한 것도 이러한 정부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중앙회는 강 감사를, 정부는 이 행장의 연임을 밀면서 결국 2파전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파열음으로 첫 행장 후보자 추천이 삐걱거리면서 새출발의 의미는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권력 공백기를 틈타 오히려 ‘구태’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출발하겠다는 은행의 행장 공모에 현 행장이 응모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수협은행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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