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뿌옇다. 공기는 탁하다. 봄철 미세먼지 농도는 해마다 짙어지는 추세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의 서울 지역 미세먼지(PM2.5) 농도는 지난해에 비해 25%나 더 짙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서울이 중국 베이징과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염된 도시라고 지적했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응책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는 것이다. 일회용 방진마스크부터 산업용 마스크까지, ‘세계 최악의 하늘’을 견디기 위한 각양각색의 마스크들의 사용기를 살펴보자.
일상 필수템이 된 2,000원짜리 일회용 마스크
평소 마스크를 기피하던 직장인 최윤정(26)씨는 최근 길을 걷다 입이 텁텁하고 코가 막히는 증상을 자주 경험했다. 이제 그는 인근 약국에서 일회용 황사마스크를 종종 구매한다. 최 씨가 사용하는 마스크는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는 KF80 등급의 마스크. 0.4㎛ 크기의 작은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내는 KF94와 KF99보단 낮은 수준이다. 마스크가 오염되면 버리고 새 마스크를 써야 해 금전적 부담이 될 법하지만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에겐 접근성이나 가격 면에서 최선이다. 최씨는 “마스크를 쓰기 전후가 확연히 달라 꼭 필요하다”며 “저녁마다 야외에서 운동할 땐 반드시 착용한다”고 말했다.
제품명: 크리넥스 황사마스크뉴디자인플러스
가격: 약 2000원 (일회용)
구입처: 인근 약국
다시 꺼낸 서랍 속 메르스 마스크
주부 유정원(39)씨는 지난해 3월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구입했던 ‘메르스 마스크’를 다시 꺼냈다. 메르스 마스크는 공기 중 떠도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진 마스크. 유씨는 “아무래도 메르스용 마스크가 뛰어나지 않을까 싶어 지난 3월 초부터 사용했다”며 “하지만 공기 배출필터가 마스크 정가운데에 위치해 쓰고 다니기 민망하다. 사람들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것 같아 일회용 마스크와 번갈아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제품명: 3M 1급 방진마스크 8511
가격: 4000원
구입처: 인근 약국
습도조절ㆍ환기장치까지 있는 ‘스마트 마스크’
최근 매일 사용하던 일회용 마스크의 구매비용이 아깝다고 느낀 차지후(31)씨는 고민 끝에습도 조절이 가능한 필터교체형 스마트 마스크를 구매했다. 차씨는 “날숨이 바로 배출되어 훨씬 호흡하기 편하다”며 “환기장치가 있어 안경에 김 서림 현상도 없고, 입 냄새가 마스크에 배지 않아 흡족하다”고 말했다. 스마트 마스크에도 단점은 있다. 차씨는 “생각보다 필터가 작아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제품명: 부루앤블루(Bulu&blue) 스마트마스크. USB 충전식 제품으로 필터는 하루 2시간 기준으로 최대 일주일까지 사용가능
가격: 본체 3만 4,000원, 필터 10개 1만 1,400원. 총비용 4만 5,400원
구입처: 중국 직구 사이트
배터리에 모터달린 마스크까지
직장인 전태윤(32)씨는 일회용 마스크의 착용이 불편하다고 느낀 후 다양한 디자인의 마스크로 눈을 돌렸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독특한 디자인의 샤오미 마스크. 전씨는 “공기를 내부로 들여보내주는 모터가 마스크에 달려있는데, 사용시 조그만 파란색 LED가 켜져 주변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며 “마트에 가면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회사 사람들이 방독면이냐고 자꾸 물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마스크에 달린 모터도 생소한 요소다. 전씨는 “모터 소음이 좀 신경 쓰인다. 야외는 괜찮지만 조용한 실내에서는 소리가 거슬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견딜만 하다”면서도 “미세먼지 때문에 이런 제품까지 사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제품명: 샤오미 퓨어리 마스크. USB 충전 방식, 필터 교체형.
가격: 본체 130위엔(약 2만1,000원), 필터 30위엔(약 4,800원). 배송대행업체 비용 2만원. 총 비용 약 4만5,800원
구입처: 타오바오(구매대행을 통해서만 구입가능)
‘방진 마스크’ 넘어선 얼굴 절반 가리는 산업용 마스크
대학생 권재희(22)씨는 지난달 27일 필터와 커다란 배기밸브가 장착된 산업용 마스크를 구매했다. 2년 전부터 사용해오던 일회용 방진 마스크를 모두 사용한 뒤였다. 일회용 마스크의 착용감에 항상 불만을 갖고 있던 권씨는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치닫자 아예 산업용 마스크로 눈을 돌렸다. 그가 구입한 산업용 마스크는 화학물 분사, 청소 작업 등에 주로 쓰는 제품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크기다. 권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도 했지만 예상보다 주변에서 별로 신경을 안 썼다”며 “밀폐가 돼서 일회용 방진 마스크를 썼을 때보다 기관지에 이물감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제품명: 3M 반면형 면체 7501
가격: 약 3만원 (필터는 교체 필요)
구입처: 오픈마켓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강상욱 상명대 화학과 교수는 “시중에 판매하는 미세먼지 마스크는 보통 초미세먼지(PM2.5)까지 거르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정말 미세한 초미세먼지는 최대 PM0.1까지 있어 현실적으로 모든 미세먼지를 마스크로 거르긴 힘들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김강현 주무관은 “KF80, KF94, KF99 표기가 있어야 입자성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보건용 마스크로 분류된다”며 “황사,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선 가급적 식약처에서 허가한 KF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제학부 4)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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