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콜센터’ 상담원 85명
이주 선배들이 13개 언어로 상담
“궁금한 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한 몽골 출신 이주여성이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에서 18년 산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설명하며 안심시켰죠.”
지난 3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이주여성을 위한 전화상담소 ‘다누리콜센터’에서 만난 12년차 베테랑 상담원 A(45)씨가 기억에 남는 상담사례를 꼽았다. A씨 역시 1999년 몽골에서 건너와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민자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주여성 전문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A씨는 “메르스 사태, 지진 등 국가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들의 문의가 급증한다”며 “궁금한 내용을 모국어로 설명만 해줘도 고민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다누리콜센터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모국어 상담과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2014년부터 기존에 따로 운영되던 이주여성긴급전화와 다누리콜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상담의 원칙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다. 일상생활에 관한 사소한 궁금증부터 한국 정착을 위한 정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문화 가족 내 갈등까지 각종 고민을 다룬다. 김씨와 같은 이주여성 상담원은 총 85명. 이들이 베트남어, 중국어, 필리핀어, 몽골어, 영어, 러시아어 등 13개 언어로 365일 24시간 상담을 한다.
상담원들은 모두 3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결혼이민자로 같은 과정을 겪은 ‘선배’다. 2007년 러시아에서 건너 온 상담원 B(34)씨도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생활하면서 경력단절로 좌절하고 문화차이로 가족 내 갈등을 겪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로 문화를 습득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우며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 갈등을 해결했다. B씨는 “한국 정착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하기 때문에 내담자들과 공감대 형성이 쉬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4일 통합개소 3주년을 맞이한 다누리콜센터의 지난해 상담건수는 12만4,401건, 주요 상담 내용은 다문화 가족 갈등(46.3%), 생활정보상담(38.3%), 폭력피해(10.3%) 순이다. 조난영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의 생애주기별 상담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맞춘 상담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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