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5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오후 6시)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인도와 2017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인도는 56위다. 한국은 그 동안 인도와 6번 만나 모두 이겼고,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10-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지만 90분 내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북한, 인도, 우즈베키스탄, 홍콩 등 5팀이 참가한다. 풀 리그를 치러 1위만 내년 4월 요르단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아시안컵 본선이 여자월드컵 예선을 겸하기 때문에 이번에 1위를 못하면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진출도 좌절된다.
한국은 인도에 이어 7일 북한(10위), 9일 홍콩(65위), 11일 우즈베키스탄(42위)과 차례로 맞붙는다. 나머지 팀들은 객관적 전력상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을 누르면 사실상 아시안컵 진출 확정이다. 북한과 비기면 골득실을 따져야 하기에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 다 득점을 해놔야 한다. 북한은 이미 3일 1차전에서 인도를 8-0으로 대파했다. 한국도 인도를 8골 차 이상으로 눌러야 안심이다.
한국은 평양에 오는 데 꼬박 이틀을 허비했다. 지난 2일 출국해 중국 베이징에서 하루를 머문 뒤,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3일 오전 중국항공편을 타고 평양으로 출발했다.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뜨지 않아 애를 태웠지만 막상 이륙한 뒤 1시간25분 만에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보이자 선수들은 궁금한 듯 기내 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육로로 수 시간 거리인데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며 36시간 걸려 왔다. 지난 2015년 새로 지었다는 터미널 쪽으로 빠져 나오자 공항 직원들은 “안녕하십네까”란 인사로 부드럽게 맞았다. 환영 행사는 없었다. 북한 측 연락관 두 명, 남측 주요 인사들이 방문할 때 응대하는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 10여 명이 이동을 도왔다. 선수들은 3일 오후 실내 체력 훈련만 소화했고 4일 오후 처음으로 김일성경기장 잔디를 밟았다. 이 경기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윤덕여 감독은 “지난 이틀 동안 훈련을 못했지만 선수들 컨디션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목포축구센터 인조잔디에서 훈련했고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도 인조잔디에서 치렀다. WK(여자축구) 리그 선수들도 인조잔디에 익숙해 조건은 같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한국대표팀 에이스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는 지소연(26)이다. 대표팀이 순안 공항에 발을 내딛자 이곳에 체류 중인 오스트리아와 중국 특파원들의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지소연은 “평양에 도착하니 대회가 시작됐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며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중요한 대회니 더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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