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와 방통위 상임위원, 방통위 노동조합까지 거세게 반발해 3일로 예정됐던 공식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황 권한대행이 내정을 철회하지도 않아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기주 전 상임위원(대통령 추천) 자리에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정보방송통신비서관을 지내다 미래부가 신설된 뒤 자리를 옮겼다.
현재 방통위에는 상임위원 5명 중 이 전 상임위원과 김재홍 전 상임위원(야당 추천)이 지난달 말 임기를 마쳐 3명이 남아 있다. 김석진 상임위원(여당 추천)은 최근 연임됐다. 최성준 위원장이 7일 임기 만료되면 공석이 3명이라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상임위원 2명이 퇴임하기에 앞서 지난달 말 종합편성채널 재승인과 단통법 위반 과징금 부과 등 주요 안건들을 앞당겨 처리했다.
황 권한대행의 상임위원 임명 추진이 방통위의 행정 공백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인사일 뿐 아니라 차기 정부의 인사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탄핵된 박근혜 전 정권의 인사를 방통위에 남겨 두려는 명백한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내정자의 자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전담할 미래부를 만들기 위해 방통위 해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실장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맡는 건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공무원노동조합도 3일 발표한 성명에서 “내정자는 전 정권 인수위원회 시절 현재의 미래부와 방통위의 조직개편을 주도한 인물로 그 당시 방통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원활한 공무수행이 곤란한 조직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며 “즉각적인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아울러 “업무의 연속성 및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방통위 출신 공직자를 방통위원으로 내정해 왔으나, 내정자는 현재 미래부 출신 고위공무원으로 방송통신의 공공성ㆍ공정성 실현을 위한 규제를 주요 업무로 하는 방통위와 직접적인 전문성을 찾기 어렵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사가 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야당 추천)도 3일 기자회견을 열어 “100번 양보해서 권한대행의 행정공백 우려를 선의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논란이 되지 않을 중립적 인사를 임명하지 않고, 왜 박 전 대통령의 방통비서관을 역임한 소위 ‘친박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인물을 이 시점에 방통위원으로 임명하려고 무리수를 두는지 그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은 최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4일 “방통위 수장인 최 위원장이 차기 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황 권한대행이) 방통위원을 알박기하는 것을 결코 몰랐다고 변명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최 위원장이 김용수(실장)의 방통위원 내정 철회를 황 권한대행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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