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 둘다 미덥지 않아”
사표방지ㆍ文 이길 후보 탐색 활발
“TK 적자가 어딨노? 어차피 문재인한텐 안 되는 거 아이가.”
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영호(53ㆍ회사원)씨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의 대구ㆍ경북(TK) 적자 논란을 마뜩잖아 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이번엔 투표할 마음을 접었다고도 했다. 택시 기사 권선득(61)씨도 “그나마 홍 후보가 유 후보보다는 지지율이 높지만, 문 후보에게는 상대가 안되지 않느냐”며 “투표할 맛이 안난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보수 본령을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시작했지만 정작 TK에서는 냉담했다. 범보수 진영 두 후보는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라도 본거지부터 거머쥐어야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둘 다 미덥잖아 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달서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강대원(55)씨는 “여태 신한국당ㆍ한나라당ㆍ새누리당에만 표를 줬지만 이번엔 홍준표나 유승민이나 보수 후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에서는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찍어도 결국은 사표가 될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경제는 개혁, 안보는 보수라는 유 후보의 노선이 합리적이라서 지지하지만 문 후보한테는 안되지 않느냐”며 “될 사람을 찍으려고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문재인한테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보수의 자존심은 강했다. 이른바 TK지역의 강한 ‘반문(재인) 정서’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TK 유권자의 46.7%가 ‘절대 투표 하지 않을 후보’로 문 후보를 꼽았다. 문 후보의 비호감도는 전국에서 TK가 가장 높았으며 지지율은 최하위였다.
사표 방지 심리와 반문정서가 결합하면서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 대한 탐색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자영업자인 조경희(52)씨는 “문 후보를 이길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구도가 되면 더 보수적인 안 후보를 밀겠다”고 말했다. 이재섭(31ㆍ대학원생)씨도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는 문 후보를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을 겪으며 보수당을 찍기엔 부끄럽고, 그렇다고 문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는 유권자층이 적지 않다”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지사의 표가 안철수 후보에게 이동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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