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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TK 적자가 어딨노?...투표할 맛 안난다”

입력
2017.04.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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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승민 둘다 미덥지 않아”

사표방지ㆍ文 이길 후보 탐색 활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3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3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TK 적자가 어딨노? 어차피 문재인한텐 안 되는 거 아이가.”

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영호(53ㆍ회사원)씨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의 대구ㆍ경북(TK) 적자 논란을 마뜩잖아 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이번엔 투표할 마음을 접었다고도 했다. 택시 기사 권선득(61)씨도 “그나마 홍 후보가 유 후보보다는 지지율이 높지만, 문 후보에게는 상대가 안되지 않느냐”며 “투표할 맛이 안난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보수 본령을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시작했지만 정작 TK에서는 냉담했다. 범보수 진영 두 후보는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라도 본거지부터 거머쥐어야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둘 다 미덥잖아 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달서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강대원(55)씨는 “여태 신한국당ㆍ한나라당ㆍ새누리당에만 표를 줬지만 이번엔 홍준표나 유승민이나 보수 후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에서는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찍어도 결국은 사표가 될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경제는 개혁, 안보는 보수라는 유 후보의 노선이 합리적이라서 지지하지만 문 후보한테는 안되지 않느냐”며 “될 사람을 찍으려고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문재인한테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보수의 자존심은 강했다. 이른바 TK지역의 강한 ‘반문(재인) 정서’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TK 유권자의 46.7%가 ‘절대 투표 하지 않을 후보’로 문 후보를 꼽았다. 문 후보의 비호감도는 전국에서 TK가 가장 높았으며 지지율은 최하위였다.

사표 방지 심리와 반문정서가 결합하면서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 대한 탐색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자영업자인 조경희(52)씨는 “문 후보를 이길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구도가 되면 더 보수적인 안 후보를 밀겠다”고 말했다. 이재섭(31ㆍ대학원생)씨도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는 문 후보를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을 겪으며 보수당을 찍기엔 부끄럽고, 그렇다고 문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는 유권자층이 적지 않다”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지사의 표가 안철수 후보에게 이동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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