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4일 오전7시30분 별세했다. 향년 99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고인은 1918년생으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 중 최고령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우리집’에 거주했다.
고인은 1934년 16세 나이로 일본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그는 생전에 “좋은 옷과 쌀밥을 준다는 말에 속아 만주로 갔다”고 분개했다. 1945년 해방 후 고향인 전북 김제로 돌아온 고인은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 할머니는 1991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다른 위안부 피해자 9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시작해, 1998년 1심 재판에서 처음으로 30만엔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끌어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혀 아쉬움을 남겼지만, 고인의 결기가 ‘추운 겨울 동안에도 지지 않는 고고한 동백을 닮았다’고 해서 ‘동백꽃 할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강행되자 다른 피해자 11명과 함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정신·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인은 치매, 심혈관 질환 등을 앓고 있었지만, 한일 합의로 지급된 위로금을 받지 않았다.
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38명으로 줄었다. 특히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후 1년3개월여 동안 9명이 별세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이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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