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댄 기아차에 25년 운영권
광주시와 4년 적자ㆍ흑자 논쟁
손익위, “적자” 결론 중재안 제시
市, 사회공헌기금 받고 재협약 끝
“돈 챙기고 특혜 시비 눈 감아” 비판
2014년 3월 개장한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광주월드컵경기장과 함께 대표적인 공유재산 중 하나다. 광주시와 KIA의 모회사인 기아자동차㈜가 994억원을 들여 지었지만 야구장 운영권은 기아차가 갖고 있다. 건축비가 부족했던 시가 2011년 12월 기아차에게 공사비 30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25년간(2014~2039년) 야구장 내 광고권과 매장 임대권, 명칭 사용권 등 운영권을 넘겨주는 협약을 맺은 탓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 사이에선 “시가 공유재산 운영권을 대기업에 헐값에 넘겼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도 2013년 1월 감사결과를 통해 “시가 기아차의 야구장 사용료를 최소 154억원에서 최대 456억원 낮게 책정하고 25년간 무상 사용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가해 줬다”고 힘을 실어줬다.
시는 특혜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기아차에 재협약을 요구했고, 같은 해 4월 야구장을 2년간 운영한 뒤 손익평가위원회(손익위)를 구성해 추가 협약을 실시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와 기아차는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양측이 각각 추천한 회계전문가 2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추천 전문가 등 5명으로 손익위를 구성, 재협상에 나섰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기아차에 재협약을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는데다, 시와 기아차 모두 자기 쪽에 유리한 손익평가를 내놓고 협상을 벌였기 때문이다.
실제 시는 “25년간 야구장을 사용하면 23억원의 흑자가 난다”고 주장한 반면 기아차는 “181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맞서는 등 1년 동안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 와중에 광주시의회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야구장 재협약 태스크포스(TF)’는 “기아차가 특혜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윤장현 광주시장이 직접 기아차와 협상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지난해 말 손익위는 기아차가 사회공헌기금 30억원을 시에 기부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야구장 시설개선비(51억원) 중 어느 정도를 비용으로 반영하느냐를 놓고 시(20%)와 기아차(50%)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양측이 주장하는 반영 비율에 따른 사용료 차액을 시에 기부할 사회공헌기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손익위는 중재안 제시 이후에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 양상이 계속되자 급기야 지난달 31일 최종 중재안을 내놓았다. 손익위는 당시 “양측이 주장하는 수익 비용 분석 결과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인건비 인상 폭 등 고정비용 상승률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적용 기준 값에 따라 손익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손익위는 “손익위 평가 결과는 기아차의 40억원 손실로 나왔다”며 “이 결과와 함께 기아차가 사회공헌기금 30억원 기부하는 것으로 양측이 협상에 합의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다만 사회공헌기금 기부 액수는 손익위가 제시한 금액(30억원) 수준에서 시와 기아차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시와 기아차는 손익위의 중재안을 마뜩찮게 여기면서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엔 친환경자동차 산업 상생발전에 협력해야 할 광주시와 기아차가 야구장 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각에선 “기아차 특혜 논란이 30억원에 묻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야구장 운영권을 둘러싼 기아차의 특혜 의혹을 바로잡으라고 했더니 시가 엉뚱하게 돈만 받아내고 협상을 끝낸 꼴이 됐다”며 “협상 과정에서 줄곧 적자 타령만 하던 기아차도 정말 특혜가 없었다면 사회공헌기금도 낼 필요가 없을 텐데, 이를 기부하겠다고 한 건 무슨 이유 때문이냐”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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