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나오는 롤스로이스는 천차만별이다.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주문 제작해 만들기 때문이다. 기본 가격은 있지만, 이는 큰 의미가 없다. 상품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롤스로이스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이를 비스포크(Bespoke)라고 한다. 비스포크는 원래 맞춤 정장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소비자의 개별 취향에 맞춰주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롤스로이스에서 고를 수 있는 외관 색은 4만4,000가지에 이르며 실내 소재에는 한계가 없다. 실제로 프랑스의 한 여성은 가장 좋아하는 샤넬 분홍색 립스틱과 같은 색으로 주문한 적이 있는데, 도색 담당 부서에서 수개월에 걸쳐 개발한 끝에 완벽히 같은 색으로 차를 칠한 적도 있다.
가죽은 철사 울타리 없이 탁 트인 고산 초원에서 방목된 최고의 황소 가죽만을 사용한다. 롤스로이스 한 대를 만드는 데 소 15~18마리의 가죽이 쓰인다. 완벽한 색상 조화를 위해 같은 시간대에 염색한 가죽만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12가지의 가죽 색상을 고를 수 있고, 개인 취향에 따라 어느 색이든 주문할 수 있다.
실내 장식으로 나무를 많이 쓰는데 주로 마호가니, 오크, 엘름, 버드 아이 메이플, 월넛 등을 전 세계 산림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특별한 주문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문자가 집에서 키우던 나무로 패널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비스포크 전문팀이 현실적인 문제를 점검해 아무 문제가 없으면 실제로 그 나무를 베어 차에 장식해준다.
롤스로이스 실내 천장은 1,340개의 광섬유 램프로 장식돼 마치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를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Starlight Headliner)라고 하는데, 주문자의 별자리로도 만들 수 있다.
헤드레스트에는 가문의 상징이나 기업의 로고 등 주문자가 원하는 문양을 새겨 넣을 수 있다. 또한, 피크닉 세트, 여행 가방, 빌트인 샴페인 쿨러 등 차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맞춰 넣을 수 있다.
롤스로이스 아시아 태평양 총괄 매니저 댄 발머는 “롤스로이스는 더 이상 ‘타는’ 수단이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보석처럼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라며, 롤스로이스의 한계는 오직 고객의 상상력”이라고 비스포크의 개념을 설명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