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도 “양념 과하면 음식 맛 버려” 비판
논란 일자 文 “깊은 유감, 위로 드린다” 자세 낮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양념’ 발언이 4일 때 아닌 논란을 부추겼다.
문 후보가 전날 후보 수락 연설 직후 MBN 인터뷰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및 18원 후원금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준 양념”이라고 표현한 것에, 당 안팎에선 “과연 통합과 포용의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 멘토단장을 맡았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 받은 사람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눈을 뜨니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이 양념이 됐다. 막말을 퍼붓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하고 나면 양념 치듯 맛을 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악성 댓글 때문에 상처받고 심지어 생각하기도 싫은 험악한 일들이 벌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 측 열성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을 독려하는 단체 채팅창 사진을 공개하며 “적폐청산 2호는 조직적 악성 댓글과 문자 폭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통합을 외치는 문 후보의 진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그 내면의 들켜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며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고 또 때론 즐겨왔는지,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늘 ‘네 편 내 편’에서 이루어져 온 잣대가 다른 배려였지 않나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도 양념이냐고 반문하면 분명 버럭 화를 내며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할지도 모른다”며 “실수라고 하기엔 그 가벼움의 내면이 지나온 세월의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신의 입장이 경선 불복과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또 수많은 공격이 날아올 것이다. '승복하지 않느냐'에서부터 '두렵지 않으냐'까지"라며 "그러나 이것은 승복의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고 악성 댓글과 문자 폭탄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생각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 제기가 불가피함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념이 과하면 음식 맛도 버린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며 “이런 생각을 가지시면 안 된다. 상처 받은 분들을 포용하라”고 적었다.
이에 문 후보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후보들 사이에선 금도를 잘 지켜나갔는데, 지지자들 가운데서 넘치는 과도한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제 지지자들 가운데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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