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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주는 혜택,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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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주는 혜택,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입력
2017.04.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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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환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

‘너, 이팝나무…” 세번째 시집 출간

매화가 활짝 핀 충남 금산 자택에서 만난 조연환 전 산림청장은 "국민들도 산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기 보다는 나무와 꽃의 이름이라도 알아보려는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화가 활짝 핀 충남 금산 자택에서 만난 조연환 전 산림청장은 "국민들도 산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기 보다는 나무와 꽃의 이름이라도 알아보려는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연환(69) 전 산림청장은 산림청이 문을 연 1967년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하여 37년 만인 2004년 산림정책을 총괄하는 청장에 올랐다. 1년 7개월가량 근무 후 퇴임한 그는 충남 금산 산자락에 ‘녹우정(綠友亭)’이라는 정자와 아담한 2층 집을 짓고 12년째 산촌 생활을 즐기고 있다.

산림청장을 마친 후에도 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대표와 천리포 수목원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으로 여전히 산과 나무와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제72회 식목일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달 30일 충남 금산 자택에서 만난 조 전 청장은 “개청 50년을 맞은 산림청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부 부처가 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세계가 인정하는 치산녹화를 이루어 냈고,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휴양, 치유 등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산림청의 역할과 기능이 개청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식목일을 앞두고 두 가지를 꼭 짚고 싶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며 식목일 변경 의견들이 있는데 본질은 날짜가 아니라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국민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나무의 양만큼은 심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무를 심는 데도 유행을 너무 좇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경제성을 우선해 외국 수종을 많이 심는데 지난 세월 동안 우리땅에서 검증되고 경제성도 좋은 우리나라 대표수종들을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곧게 자라 목재 용도로 적합한 낙엽송과 표고용 나무로 활용되는 상수리 나무를 추천했다.

그는 “국민들도 등산, 휴양 등 산이 주는 혜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고 가꾸는 일을 해 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며 “소유자가 있는 산이지만 마음대로 등산하고 산채 등을 가져오는 무주공산(無主空山)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친정인 산림청에도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국민욕구에 부응하느라 등산, 휴양 등 산림복지서비스 제공에 힘을 쏟고 있는데 본질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산주와 임업인들에게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촌 공동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젊은이와 은퇴자들이 산에 들어와 소득을 올리고 살아가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에 인생을 걸어 보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산에서 인생 2막을 살아가려는 은퇴자들도 많다”며 “이들이 소득을 올리며 살아가도록 산림정책과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농산촌 생활은 저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노랫말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며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힘들게 노동하고 땀을 흘리는 데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최근 세 번째 시집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를 냈다. 국장시절이던 2001년 ‘숫돌의 눈물’이라는 시로 공무원 문예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시인정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산은 어머니이자 밥통이며 삶 자체”라고 의미 짓는 그는 나무와 숲이 주는 행복을 아름다운 시로 담아내고 있다.

조 전 청장은 귀산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안내서를 겸비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금산=글·사진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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