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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누가 사드를 괴물로 만들었나

입력
2017.04.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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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에서 실려온 사드 발사대 2기가 3월 6일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해 C-17 수송기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미국 본토에서 실려온 사드 발사대 2기가 3월 6일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해 C-17 수송기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사드는 ‘일개’ 포대다. 사드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7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둘러댄 말이다. 휴전선 이남의 산등성이에는 대략 30여개의 포대가 배치돼 있는데 유독 사드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했나 보다.

사드는 우리 말로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가장 높이 날아 가장 넓은 지역을 막을 수 있어 한반도의 포대 가운데 단연 두목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그렇다고 천하무적은 아니다. 1개 포대에 기껏해야 48발의 요격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1,000발에 육박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또 어디까지나 방어무기인지라 은밀하게 날아가 북한 김정은의 숨통을 겨냥하는 전략자산처럼 간담을 서늘케 할 만한 위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열광하거나, 반대로 저주할 만한 능력은 애당초 타고나질 못했다.

고작 이런 사드 때문에 온 나라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4년 6월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공론화한 이래 무려 3년 가까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니 기이할 따름이다. 사드의 효용성을 둘러싼 군사적 논쟁에서, 배치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국론분열, 게다가 중국의 반발로 증폭된 외교적 갈등과 국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피해까지 도처에서 사드는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는 불쏘시개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누가 사드에 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나. 정부가 어설프게 꺼낸 ‘전략적 모호성’이 화근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성의 그늘 뒤에 숨고자 했지만, 오히려 전략의 빈곤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아예 입을 닫고 있었더라면 좋으련만,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장비에 우리가 총대를 메면서 고래 싸움에 코가 꿰인 꼴이 됐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략적 모호성이란 말을 대놓고 까발리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국방부의 아마추어리즘에 분통을 터뜨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한번 똬리를 튼 사드는 정부의 잇단 정세오판에 기생하며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중국은 2015년 2월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이 한민구 장관의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더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칼을 갈았다. 미국은 사드를 앞세워 대북 압박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정황이 뚜렷해졌다. 사드는 더 이상 단순한 방어무기가 아니라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거칠게 충돌하는 싸움판이었다. 한국은 어느새 그 한가운데로 끌려들어갔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른 감격에 취해 임박한 결전의 순간을 무방비로 맞았다.

급기야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1월)과 장거리미사일 발사(2월)로 위협수위를 높인 터라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국익에 대한 복합적 고려가 빠졌다. 그해 9월 중순으로 늦추자는 외교라인의 건의는 묵살됐다. 9월 초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전포고를 자초한 셈이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자 박 전 대통령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감정적으로 대응했고, 최상을 구가하던 한중 관계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본격화한 것은 이때부터다. 고도의 전략이나 교묘한 전술, 그렇다고 뒷감당을 할 충분한 대비도 없이 정부 스스로 사드에 발목이 잡혔다. 더구나 배치 장소를 돌연 공군포대에서 골프장으로 바꾸는 미숙함을 드러내며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했다.

북한의 위협과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사드 배치는 분명 우리에게 실보다 득이 많다. 하지만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드를 대선정국에 편승해 폄하하거나, 반대로 신주단지 모시듯 미화하기에 앞서 우리가 일개 포대에 왜 그토록 휘둘렸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광수 정치부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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