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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폭발…5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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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폭발…50여명 사상

입력
2017.04.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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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지하철 열차가 폭발의 여파로 출입문이 찌그러진 채 멈춰 선 가운데, 부상 당한 승객들이 역 플랫폼에 쓰러져 다른 시민들의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화 연합뉴스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지하철 열차가 폭발의 여파로 출입문이 찌그러진 채 멈춰 선 가운데, 부상 당한 승객들이 역 플랫폼에 쓰러져 다른 시민들의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화 연합뉴스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지하철역 객차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6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평일 오후를 노린 폭발 사건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 맞춰 발생해 정치적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0분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도심 지하철역 센나야광장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기술대학)역 사이를 지나던 열차에서 정체 불명의 물체가 폭발해 승객 최소 9명이 사망했다. 국가반(反)테러위원회(NAK)는 사건 초기 10명으로 발표된 사망자 수를 하향 조정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 대변인은 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시내 7곳의 지하철역을 폐쇄한 데 이어 곧 모든 역을 봉쇄하고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입문이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열차 주변으로 승객들이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아비규환의 현장 모습이 전해지고 있다. 폭발이 일어난 객차 옆 칸에 타고 있었다는 한 학생은 인터넷매체 가제타에 “이동 중 갑자기 뇌성이 들리더니 강한 냄새와 연기가 일었다”며 “사람들이 (폭발 소리가 난) 반대편으로 움직이면서 뒤엉키자 열차가 기술대학역에 서서 내렸는데, 옆 객차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테러 공격’이라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DPA통신은 살상용 철제 파편이 포함된 사제 폭탄이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며, 신원 미상의 남성이 두고 내린 서류 가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테러 당국은 센나야 광장역과 약 2.5㎞ 거리의 바스타니야 광장역에서도 불발탄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폭발이 특히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시점에 맞춰 일어났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았다. 분리 독립을 위해 앞서 2009년 11월 노브고로드주 열차 테러 등을 자행해 온 체첸 반군이 정권의 주의를 끌기 위해 다시 테러를 벌였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시리아에서 수세에 몰린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도 러시아의 내전 개입에 불만을 품고 테러 위협 수위를 높여 왔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 당시 사고 현장에서 남서쪽으로 약 25㎞ 가량 떨어진 스트렐나 지역에 있었다고 크렘린궁은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희생자 및 유가족에 조의를 표하고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원인을 말하기엔 이르다”며 “테러 등 모든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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