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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기억해야” 입양인들 특별한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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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기억해야” 입양인들 특별한 추모식

입력
2017.04.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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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아버지 폭력에 숨진 입양아

추모동상 제막식 참석 위해 방한

쌍둥이 동상은 美장애인 시설에

“낮은 출산율 걱정하면서 해외입양 많은 건 모순”

미국 입양 104일 만에 양부 구타로 숨진 현수의 추모동상 제작자 토머스 클레멘트(왼쪽)씨와 부인 김원숙씨가 3일 '현수의 나비'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미국 입양 104일 만에 양부 구타로 숨진 현수의 추모동상 제작자 토머스 클레멘트(왼쪽)씨와 부인 김원숙씨가 3일 '현수의 나비'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날아가는 나비를 손끝으로 잡으려 하는 몸이 마른 작은 아이. 3일 오전 11시 서울 내곡동 다니엘 사회복지법인 정원에 ‘현수의 나비’라는 이름이 붙은 1m 높이의 어린아이 동상이 봄 볕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이 조촐한 제막식에 모인 20여명 중 6,7명은 과거 해외 각국으로 입양됐던 한국계 입양인들이다. 이들은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에 한국땅을 찾았다.

현수는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아이일지 모르지만, 입양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2010년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현수는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졌다가 입양돼 2013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4개월 만인 이듬해 2월14일 양아버지 브라이언 오캘러핸의 폭행으로 숨졌다. 오캘러핸은 1급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해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이 동상의 제작자이자 한국계 입양인인 토머스 클레멘트씨는 “양부모가 아무리 친절해도 입양아는 외모가 다른 가족과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이 낮은 출산율을 걱정하면서 해외입양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1970년 룩셈부르크로 입양된 피카드 소니(50ㆍ여)씨는 이날 제막식에서 “한국은 부끄러운 일은 감추려는 문화가 있지만, 현수의 비극적인 사건은 앞으로도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상 제작은 한국계 입양인들이 클레멘트씨에게 “조각가이자 화가인 부인에게 부탁해달라”고 의뢰하며 시작됐다. 정작 동상은 클레멘트씨가 나서 만들었다. 부인 김원숙(64)씨의 도움을 받았지만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9개월이 걸렸다. 동상의 아이에게 그가 입양 전 한국에서 신었던 고무신이 신겨진 것처럼, 동상에는 그의 기억이 적잖이 반영됐다.

그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대 초 서울에서 러시아계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버려지는 아픔을 겪었다. 길거리와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1958년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다. 미국에서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인 그는 한국계 입양인들의 ‘대부’로 활동하고 있다.

클레멘트씨 부부는 당초 동상을 땅에 발 디딘 형태로 소박하게 세우고 싶다는 의견을 냈지만, 학교 법인의 결정에 따라 받침대가 생겼다. 주물 방식으로 제작된 이 동상은 같은 형태로 두 개가 만들어졌다. 하나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학교와 생활시설이 있는 이곳에, 나머지 하나는 미국 메릴랜드주의 장애인 시설인 ‘린우드학교’로 보내졌다. 메릴랜드주는 현수가 사망한 지역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보내지는 입양아 수(2015년 기준 374명)는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 에티오피아 등에 이어 세계 3, 4위를 다투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까지 해외 입양인은 총 16만6,512명에 이르며,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입양(7만9,088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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