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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사랑ㆍ봉사로 폐암 치료 ‘외길’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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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사랑ㆍ봉사로 폐암 치료 ‘외길’ 승부

입력
2017.04.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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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협진회의’ 통해 신속 진단ㆍ수술 시행

“생명 살릴 재능 부여 받은 외과의사, 환자 섬겨야”

그림 1 성빈센트병원에서 20년간 폐암 치료를 하고 있는 조덕곤 흉부외과 교수. 조 교수는 “외과의사는 생명을 살릴 재능을 부여 받았다”고 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제공
그림 1 성빈센트병원에서 20년간 폐암 치료를 하고 있는 조덕곤 흉부외과 교수. 조 교수는 “외과의사는 생명을 살릴 재능을 부여 받았다”고 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제공

수술방에 가장 많이 들어가고, 심장 폐 식도 대동맥 등 중요 장기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의사가 흉부외과 전문의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조덕곤(52)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 치료가 ‘본업’이다. 지금은 의료진만 5명이지만 1996년 성빈센트병원에 흉부외과가 문 열었을 때 달랑 혼자였다.

“성빈센트병원에서 일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혼자서 어떻게 흉부외과를 이끌어갈지 막막했습니다. 수술도구도 없어 다른 진료과에서 빌려야 했죠. 하지만 이제 폐암센터를 운영하는 등 병원에서 흉부외과 위상이 커졌죠. 수원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폐암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아 보람을 느낍니다.”

성빈센트병원 흉부외과가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폐암치료병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협진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폐암센터에서는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전문의가 주 1회 한자리에 모여 진단과 치료방향을 정한다.

성빈센트병원은 90년대 후반부터 폐암치료를 위해 협진체계를 구축했다. 1996년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진료진이 한데 모여 ‘흉부집담회’를 열다 1999년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전문의까지 참여하는 ‘폐암협진회의’로 확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조 교수는 “폐암 진단부터 치료방침 결정, 수술과 치료까지 1~2주일 내로 이뤄진다”며 “임상경험이 풍부한 폐암 관련 진료과 대표 의료진이 10년 이상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2014)에 따르면 폐암은 발병률 4위, 사망률 1위다. 폐암은 예후가 나빠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폐암 1기 생존율은 70~80%이지만 3기 생존율은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의료기술 발전으로 폐암 3기 초까지는 수술이 가능하지만 20년 넘게 흡연했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른 장기로 전이가 돼 수술할 수 없는 폐암 말기 환자도 포기하지 말라고 조 교수는 강조한다. 그는 “최근 과거보다 부작용이 개선된 신약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말기 환자라도 끝까지 삶에 강한 집념을 갖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할머니 죽음… 파일럿 꿈꾼 소년, 의사되다

조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였다. 외할머니는 2남8녀 중 첫째인 그를 애지중지했다. 그런 외할머니가 간질환으로 세상을 등졌다.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잃은 소년의 꿈은 의사로 바뀌었다.

“교육자인 아버님이 힘든 일하려고 한다며 의사가 되는 걸 반대하셨지만 내 손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싶었죠. 그래서 흉부외과를 선택했죠. 누가 뭐라 해도 외과의 꽃은 흉부외과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년간 성빈센트병원 수술방에서 수많은 환자를 살려낸 베테랑 의사지만 조 교수는 지금도 수술방에 들어갈 때 긴장한다. 그는 수술 전 “제 능력이 부족하면 신의 능력으로 환자를 살려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그는 “수술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촌각을 다투는 수술이 많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흉부외과 전문의라면 감당해야 할 업”이라고 했다.

조덕곤 교수가 흉강경을 통해 폐암 덩어리를 잘라내는 수술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조덕곤 교수가 흉강경을 통해 폐암 덩어리를 잘라내는 수술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토요일 밤, 입원환자를 보고 있던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전화했다. “교수님이세요? 교수님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조 교수는 주말에 인턴, 레지던트 몰래 입원환자를 살핀다. 전공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수술을 받은 폐암 환자들의 상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한다. 조 교수는 회진 후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 처치를 전공의들에게 부탁한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진단결과를 꼼꼼히 알려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폐암환자는 고령인이 많아 진단결과를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조 교수는 다른 진료과 교수가 진단 결과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마음에 상처를 받지 말라고 당부한다. 애프터서비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정신적 충격이 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는다”며 “환자와 소통해야 수술은 물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과의사는 하늘로부터 사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재능을 받았다고 강조하는 조 교수. 그는 “받은 재능을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외과의사”라며 “수술방에 들어가는 마지막 날까지 봉사하는 마음으로 수술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년간 성빈센트병원에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본 원동력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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